산업 산업일반

디스플레이업계 '中 변수'에 투자 혼선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1 17:53

수정 2015.10.11 17:53

中 최대 패널업체 BOE 연말 '10.5세대' 공장 착공
8세대 집중하는 국내업체 수조원 드는 10세대 투자 부적격에서 검토로 선회
당장 中 공급 확대에 4분기 실적 악화론 커져
디스플레이업계 '中 변수'에 투자 혼선

전방산업인 TV시장의 침체 등으로 '위기론'이 불거진 국산 디스플레이업계가 중국발 증설 악재까지 겹치면서 투자 혼선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10세대 대형 패널 투자를 확정하면서 선두주자인 국산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차세대 패널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여기다 중국의 공급확대에 따른 패널가격 하락 등으로 당장 4·4분기 실적 악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0세대 투자할까, 말까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시장을 이끄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차세대 대형 패널 투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BOE가 올초 발표한 10.5세대(3370×2940㎜) 박막 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확정한 이후 투자 계획에 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당초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의 10세대 패널 투자 발표때만 하더라도 10세대 투자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현재 세계 1~2위 업체들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2500×2200㎜)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8세대 패널은 국산 업체들이 세계 TV시장을 이끄는 101.6~127㎝(40~50인치) 디스플레이 생산에 최적화된 기판이다. 하지만 BOE가 투자에 나선 10세대는 152.4㎝(60인치)에 적합한 패널이다. 8세대 원판에서 생산할 수 있는 152.4㎝ TV 패널은 3~4장인 반면에 10세대 원판에서는 최대 8장까지 찍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중국이 152.4㎝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격적인 패널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국산 업체들은 대중화 시기가 먼 152.4㎝ TV 시장을 위해 10세대 패널에 수 조원을 선투자하는 건 시기상조로 봤다. 그러나, BOE가 연말 10.5세대 패널 공장 착공을 확정짓자 중장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10세대 투자를 '투자 부적격'에서 '투자 검토'로 선회한 것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지난 8일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6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10세대 투자는 대형 패널에 대한 시장 수요상황 등을 지켜보고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10세대 패널 투자 여부에 대해 "반반"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하는 LG디스플레이에 비해 LCD 기반의 대형 패널에 주력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0세대 투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4분기 위기론 고조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는 국산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반격 등으로 '풍전등화'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공급 확대로 패널 가격 하락이 심화된 게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들이 많았다. 실제로,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중국이 내년에는 8세대 패널 공급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해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할 만큼 중국은 가공할 속도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한상범 사장은 "경기 악화로 수요는 감소하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경쟁국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합법적인 합작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한국을 따라오고 있다"며 "10년 이상 1위 지위를 지켜왔던 LCD 산업은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수출 역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 사장은 "올해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어려웠는데 내년 환경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한국이 중소형 및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한 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박동건 사장도 4·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어렵다"라는 짧은 말로 지금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8000억원 수준으로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되고 있지만 당장 4·4분기부터 실적 하락 가능성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됐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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