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장애인 고용 기피 여전

"장애인 고용보다는 과태료를 내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이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게 은행들이 법적으로 정해놓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근무지에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야 해 부수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용을 계산해 이득인 쪽을 선택하다보니 국내은행 중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촉진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에는 상시근로자의 2.7%, 국책은행에는 3.0%의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최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별 장애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일부 은행은 8월 말 적용)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외환·SC·씨티·농협·수협 등 9개 시중은행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0.98%에 그쳤다. 이들 은행에 주어진 의무비율의 3분의 1가량이다. 특히 씨티·하나은행은 각각 0.50%와 0.71%로 평균에도 한참 못 미쳤다.

기업.수출입·산업 등 국책은행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2.32%로 시중은행에 비해 높지만 의무고용률(3.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장애인 고용률을 준수하는 대신 이들 은행이 택한 것은 과태료 성격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이다. 이들 은행이 낸 부담금은 총 150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25억32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부담금을 냈으며, 국민은행(25억원), 신한은행(23억3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매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수천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는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에는 금전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이미지 개선 등의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적용된 듯하다.

국내은행들의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데는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렇다 할 유도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장애인 고용률은 은행들이 일정 기간마다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경영현황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은행들이 장애인 고용을 실리를 따져 결정하는 경영항목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스스로 수행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