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망스런 이름 '블랙프라이데이'

"내용도 문제지만 '블랙프라이데이'라고 이름 붙인 것에 더 실망했어요. 미국에서 가져온 그 이름밖에 쓸 수 없나요?"

관 주도로 이뤄진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은 이미 수차례 지적됐다. 소비자의 불만이 커진 또 다른 이유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미국의 대규모 할인행사 이름을 차용한 데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 중심으로 TV·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기기부터 명품 잡화까지 '파격가'로 판매하는 연말 최대 할인행사다. 이를 기대하고 국내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는 '생색내기'용으로 제한된 몇 개의 할인품목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소비자의 관심이 가장 높은 가전제품이나 의류, 명품의 할인은 미미하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만 듣고 높아졌던 소비자의 기대가 그대로 실망감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특정일(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지목해 할인을 실시하며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한다. 행사의 폭발력을 더욱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의 유통·제조업체는 이때 올라온 소비심리를 연말 연휴 시즌까지 이어가기도 한다.

반면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2주간의 할인 전체를 가리킨다. '금요일'이라는 이름이 명명된 것이 무색하다. 금요일마다 추가 할인이나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영리하게 꾸며지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정부가 블랙프라이데이의 명확한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할인 행사'라는 공통점에만 착안해 마케팅 용어로만 이용했다가 호된 역풍을 맞는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차라리 실망감만 안기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것이 어떨까. 이미 정부는 올해 '코리안 그랜드세일'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당국은 이 이름을 통해 국내만의 할인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전통시장 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거나, 명품 농·특산물의 유통망을 늘리고 할인폭도 키워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등 개선방향은 다양하다.

이미 정부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할인폭도 늘려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내수 진작이 필요하고 소비자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살 기회를 늘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과 성격에 걸맞은 내용을 갖추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소비자의 실망은 이어질 것이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