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친환경차 '미래'를 준비하라


자동차 뒤꽁무니에서 뿜어대는 시커먼 연기에 코를 막던 광경은 20여년 전만 해도 일상적이었다. '부르릉' 굉음과 함께 하늘로 사라지는 매연은 도심 공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때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디젤차가 쏟아져 나오던 독일 등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후손들에게 온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변화가 요구됐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방출을 제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1992년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체결됐다. 유럽에서는 질소산화물과 분진 배출량을 제한하는 유로X가 태동했고, 미국 등 선진국들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점차 강화해 나갔다. 또한 탄소배출거래제 등 다양한 환경규제로 디젤차가 설자리는 더 좁아졌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래에 화석연료로 승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이맘때쯤이다. 2000년대 중반 일본은 하이브리드, 미국은 전기차를 앞세워 친환경차시장 선점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독일 업체들은 디젤 강국의 기술력을 극대화한 이른바 '클린 디젤'로 디젤차를 전면에 띄웠다. 전기, 수소, 태양광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차로 가기 전 중간기착지를 두고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클린 디젤차 3파전이 전개됐고 디젤이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현재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이 자동차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과연 디젤차는 친환경차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경유는 태생적으로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원유를 정제하면 끓는 점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가솔린.등유.경유.나프타.윤활유.중유 순으로 추출된다. 중유로 갈수록 불순물이 많다. 이를 걸러내기 위해 저감장치를 고도화해야 하고 자동차 판매가격은 상승해 시장성이 떨어진다. 규제 강화 속도에 맞춰 가격경쟁력, 기술력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디젤차로 친환경을 얘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업계 저변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친환경차일까. 여기에 대해서도 반론이 적지 않다. 수백만대의 전기차가 사용하는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원자력발전소 몇 개는 더 지어야 한다는 것. 풀어야 할 난제는 산 넘어 산이다. 충전기압과 충전케이블 사이즈 등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배터리 충전도 10여분 이상 기다리는 방식과 교체하는 방법을 두고 이견이 여전하다.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친환경차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다. 일본이 10여년 전 하이브리드에 역량을 모아 다시 주목받듯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친환경차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앞서 정부도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사용 차량이 줄게 되면 대규모 세수감소가 불가피하다.
어떻게 메워나갈지 대안마련이 선결과제다.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이 향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뚜렷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