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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국회, 의료관광 내팽개칠텐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23 16:57

수정 2015.10.23 16:57

[여의도에서] 국회, 의료관광 내팽개칠텐가

지난 22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릭소스호텔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본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주관한 한국의료관광컨벤션(KIMTC)이 열리는 곳이었다. 이날 하루만 4000명 넘는 인원이 호텔을 찾았다. 알마티시 인구가 약 15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은 숫자가 아니다.

카자흐스탄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공사 김광희 두바이지사장은 "1년에 두 번가량 한국이 주관해 관광 관련 행사를 하지만 이처럼 사람이 많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료와 한류의 만남이 이뤄낸 성과물이다.
나이든 사람들과 에이전시들은 한국 의료기관과 상담하기 위해 호텔을 찾았다. 의료기관 부스마다 상담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반면 젊은이들은 다음 날 카자흐스탄공화국 궁전에서 열리는 의료한류 페스티벌 티켓을 얻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이 페스티벌에는 카자흐스탄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그룹 보이프렌드의 공연이 있었다.

이날 행사는 의료와 한류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큰 성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의료관광 분야는 기로에 서 있다. 2009년 의료법이 통과된 후 해외환자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요즘은 러시아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환자들도 치료를 위해 한국의 의료기관을 찾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정부가 잠정 종식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는 메르스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아직도 발병하는지, 감염 위험은 없는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다. 해외환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비단 카자흐스탄뿐만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승승장구하던 의료관광 시장이 올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또 성형시장에 붐을 일으켰던 중국 환자들도 언론의 성형부작용 폐해에 대한 보도와 에이전트들의 바가지 요금이 문제가 되면서 발길이 뜸해졌다. 이제 중국은 한국 의사들을 중국으로 데려다 수술하거나 연수라는 명목으로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 의사를 불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우리나라 의료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 할 것이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과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 법은 국회에서 1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국제의료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국제화를 지원하고 의료 해외진출과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기관 지정.운영, 국제의료사업 지원 전문인력 양성, 외국어 표기 의료광고 허용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도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분야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돼 의료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중소.전문병원의 해외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을 건전화함으로써 불법브로커 횡행 등으로 훼손됐던 한국 의료관광 이미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도 한국 의료관광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다만 미래의 먹거리 중 하나인 의료관광을 활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아쉽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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