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글로벌 인터넷 주도권 전쟁 ICT 강국 한국도 가세해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30 18:08

수정 2015.10.30 18:08

인터넷거버넌스포럼 개최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 등 美 기득권 일부 넘길 채비
中·日과 한자도메인 논의 정작 한글도메인은 소외
IoT 시대 생존에 필수 정부주도 대응전략 필요
지난 40여년간 미국 중심으로 운영돼 온 인터넷 세상의 질서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정부 주도하에 만든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권한을 다른 기구로 옮기겠다고 나서면서 이 틈을 타 인터넷 세상의 질서에서 배제돼 있던 중국과 러시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세계 인터넷 질서 재편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제4회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에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일제히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한국이 중심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와 학계를 향해 주문했다.

인터넷 거버넌스란 닷케이알(.kr)이나 닷컴(.com)과 같은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에서 시작해 전자상거래와 개인정보 보호, 보안 이슈 등 인터넷 세상의 모든 질서를 포괄하는 정책철학을 말한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의 질서를 통해 각국의 인터넷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지만,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본격 산업화되면서 영향력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인터넷 주소관리 권한 바뀐다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의 모든 주소 관리 권한은 미국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ICANN이 맡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의한 광범위한 불법적 정보수집을 폭로하면서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미국 정부는 약 46년 만에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ICANN에서 다른 기구로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기존 국제기구를 활용해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이양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별도의 국제기구를 만들어 인터넷 질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그동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인터넷 질서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세계 인터넷 산업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주무르고 있는데, 그 이유가 인터넷 질서 자체가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 논의에 적극 나서라"

국내 ICT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도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연세대 조화순 교수는 "사이버 공간은 사실 기술적으로 민주성을 확보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가 어떤 형식으로 지배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며 "우리 정부 중심으로 민간의 입장을 모아 글로벌 규범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T 업계 한 전문가는 "인터넷 거버넌스는 세계 인터넷 산업의 주도권을 뒤바꿔 놓을 만큼 거대한 이슈일 뿐 아니라, 사이버 전쟁이 물리적 전쟁보다 위력이 강해지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각 국가의 국방, 외교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슈"라며 "다양한 외교적 사안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치밀하게 실익을 계산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인터넷 거버넌스에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지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인터넷 거버넌스 논란에서 한 발 물러서 제3자 위치를 지켜왔는데, 앞으로는 당사자로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인터넷융합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프라를 굉장히 잘 활용하며 다양한 성장 산업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다"며 "우리나라 학생들과 관련 전문가들을 ICANN에 보내 직접 보고 느끼도록 하면서 인터넷 주소체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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