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치킨로드

이 세상에 닭이 없다면 어떨까?

앤드루 롤러 / 책과 함께

이 세상에 닭이 없다면 어땠을까. 바삭한 껍질, 부드러운 속살의 '치킨'이 없을 것이고, 뜨겁게 속을 덥히는 '삼계탕'도, 매콤한 '닭볶음탕'도 없다. 참, 달걀도. 닭이 없으면 알이 없는 건 당연하다.

한국에 있는 '치킨집' 수는 3만6000개에 달한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3만5000개)보다 많다. '치맥(치킨과 맥주)'은 불금, 스포츠 경기 관람의 필수요소가 된지 오래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1억t의 닭고기와 1조 개의 달걀이 소비된다. 닭은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고, 달걀은 완전 식품이다. 게다가 맛있다. 어디 이 뿐인가. 수탉의 화려한 깃털은 옷과 모자 장식으로 활용됐고, 타고난 싸움꾼 기질로 투계라는 유흥거리를 제공했다.

인간의 죄악을 대신 하는 희생제물이 됐고, 섬세한 뼈는 미래를 예측하는 점괘를 냈다. 게다가 달걀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인류 생존에 이만큼 영향을 미쳤던 동물이 또 있을까.

과학 분야 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는 닭의 뒤를 쫓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닭의 기원과 행적을 낱낱이 밝혀낸다.

닭은 조상 종인 '붉은색 야생닭'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이 야생 닭이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출발해 태국을 거쳐 인도를 지나, 다시 유럽으로 건너간 여정을 추적한다. 닭은 멜라네시아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다 위의 작은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하와이 군도와 이스터 섬으로 퍼져가고 중국 남부로 들어가 한국과 일본으로 퍼져간다.

그 사이, 동물 농장의 스타가 되고, 애완동물이자 사치품으로 사랑받고, 인류 최초의 백신을 선사하며, 결국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먹거리 '치킨'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상세히 풀어낸다.

하지만 저자가 예견하는 닭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인류에 '치킨'을 공급하기 위한 닭의 희생은 처참하다. 살이 빠르게 오르도록 개발된 닭은 다리와 엉덩이에 골절이 생겨, 날기는 커녕 걷지도 못한다.
가공비용을 줄이기 위해 깃털 없는 닭도 개발됐다. 이들은 비좁은 닭장에서 태어나 6주만에 생을 마감한다.

"바삭한 통닭을 먹기 위해, 인류와 오랜시간 함께 한 닭에게 영속적인 고통을 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한편의 탐정 소설처럼 흥미로운 닭 이야기는 결국 무거운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