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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윤진원 국민막걸리협동조합 사무총장, 막걸리 전통 '잃어버린 100년' 복원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5 18:46

수정 2015.11.16 08:14

[fn 이사람] 윤진원 국민막걸리협동조합 사무총장, 막걸리 전통 '잃어버린 100년' 복원

막걸리,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은 뒤 숙성되면 체에 걸러낸 한국 고유의 술. 탁주, 농주, 재주, 회주라고도 불리는 전통주.

막걸리의 사전적 의미다. 우리도 이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가 정말 흠집이 없는 우리 전통의 술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원래 우리 막걸리는 집집마다 고유의 방식으로 누룩을 발효시켜 빚어온 가양주(家釀酒)다. 막걸리를 잘 빚는 것이 며느리의 '으뜸' 덕목일 만큼 집안의 가장 큰일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인 1907년 조선총독부는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술에서 세금을 떼기 위해 '주세령'(酒稅令)을 내놨다.
이 법은 쉽게 말해 술을 빚으려면 면허를 받고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당연히 주류제조업자는 일제 마음대로 정했다.

자연스럽게 전통은 끊어질 수밖에 없었고 전통 누룩과 각 집안의 독특한 술빚기, 주류 제조비법은 사라지게 됐다. 남는 것은 일본식 누룩과 주조법뿐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아 전통주는 밀주(密酒) 취급을 받았으며 문화유산은 계승되지 못한 채 산업화는 그대로 진행됐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사명감을 가진 한 개인이 우리 막걸리를 다시 복원시켰다. 윤진원 국민막걸리협동조합 사무총장(50·사진)이 그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자료도 없는 분야였다.

윤 사무총장은 주류전문지를 만들다가 막걸리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누군가는 전통문화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뿐이었다. 개인적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쉽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도 관심도 없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자, 뜻을 같이하는 이들도 하나둘 나타나게 되고 정부도 손을 내밀었다.

토종막걸리 참살이를 중심으로 한 이명박정부 시절 '막걸리세계화'는 윤 사무총장의 작품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진 데다 대기업의 횡포까지 몰아쳤다. 모처럼의 기회에도 윤 사무총장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막걸리에 대한 사명감은 버리지 못했다.

2015년. 다행히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이 전통누룩에서 토종 황국균(누룩곰팡이)이라는 종균과 효모를 분리하는데 성공했고 윤 사무총장은 곧바로 양조 중소기업 4곳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정부에 사업화를 제안했다. 이제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는 일본산 또는 외래종균과 제빵 효모를 사용해 왔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민관합작인 '국민막걸리 K'다. 100년 만의 막걸리 독립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의 관심은 또 멀어지기 시작했다.
개발만 해놓고 더 이상 지원도 농식품부와 환경부 등 부처 간 협업도 없다. 국민막걸리K 판매수익금 일부는 정부기관으로 들어간다.


윤 사무총장은 "국민막걸리K는 한국의 맛과 향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라며 "막걸리의 역사는 반드시 새롭게 써여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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