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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朴대통령, 우회적 표현 써 가며 中 주도 FTAAP 지지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8 18:00

수정 2015.11.18 21:57

"FTA 협상 경험 공유로 개도국 협상역량 강화 FTAAP 장애 요인 해소"
정상회담서 세일즈 외교 캐나다와 '기후변화' 논의 필리핀과 '보건의료' 협력
【 마닐라(필리핀)=조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한·캐나다와 한·필리핀 양자 회담을 잇따라 갖고 경제협력 및 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분야 중점 협력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필리핀 인프라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외교적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FTAAP 논쟁 가속화

박 대통령은 이날 APEC 사무국과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은 역내 개도국들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경험을 공유하는 '역량강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은 FTAAP 실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진국·개도국 간 협상 역량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FTAAP에 대한 지지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 경제통합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언급한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FTAAP는 APEC에 참여하는 21개 회원국이 역내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자는 것을 취지로 한 '메가 FTA'로 지난 2006년 베트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때 지역경제통합 방안으로 제시됐다. 중국이 현재 FTAAP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견제 시도의 일환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가속화하고 있어 미·중 간 미묘한 대립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최고경영자회의 기조연설에서 FTAAP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역내 경제통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히며 FTAAP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한·필리핀 경제협력 확대 모색

박 대통령은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회담에서 지난 8월 한·아세안 FTA 추가자유화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FTA 업그레이드 협상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해나가자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도로 등 필리핀 인프라 사업분야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강조하면서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양국 정상은 또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아키노 대통령은 "원격의료는 오지에 있는 환자에 대한 초기 진단과 의료 서비스 제공을 가능케 할 것이므로 맞춤형 지원 등 한국과의 협력에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또한 최근 우리 국민 피랍 사망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조치를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캐나다 FTA 활성화 강조

박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 총리와 회담에서 △한·캐나다 양자관계 발전방안 △북한 문제 등 지역 정세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협의했다.

지난 4일 취임한 트뤼도 총리는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주역이라는 점에서 캐나다의 대내외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캐나다 FTA 활성화와 관련, 지난해 트뤼도 총리가 당시 야당 대표일 때 한·캐나다 FTA를 지지한 점을 강조하며 "금년 1월 한·캐나다 FTA가 발효됨으로써 일부 품목에서 FTA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한국 FTA가 체결돼 굉장히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이 FTA를 바탕으로 기업 간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양국 간 우정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협력과 관련, 박 대통령은 "캐나다는 생명과학·에너지·해양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 강점이 있고 우리는 산업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강국인 만큼 양국 간 과학기술혁신협력협정을 조속히 체결, 혁신과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 기후변화와 관련, 박 대통령은 "한국은 태양광과 전력저장장치를 결합하여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 모델을 녹색기후기금(GCF) 최초 지원사업으로 승인받아 금년 중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하면서 GCF에 대한 캐나다의 관심과 기여를 요청했으며, 트뤼도 총리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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