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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연극 '시련', 말년에 만난 큰 작품...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19 16:34

수정 2015.11.19 16:34

이순재 "연극 '시련', 말년에 만난 큰 작품...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국립극단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 기획 주제로 내세운 '해방과 구속'의 마지막 작품으로 아서 밀러의 '시련'을 공연한다. 올해는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의 탄생 100주년과 서거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시련'은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작품으로 매카시즘 광풍에 사로잡힌 1950년대 미국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다.

1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이순재(사진)는 "말년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작품이 아닐까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순재는 올초 김윤철 국립극단과 만나 '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 공연을 올리자'며 먼저 제안 했다.

'시련'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폐쇠적인 마을 세일럼에서 실제 일어났던 소위 '세일럼 마녀재판'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데다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엔 몸을 사리는 평범한 농부 프락터가 마녀 재판에 연루되고, 거짓고백으로 얻는 삶과 명예로운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의 잘못된 종교적 믿음과 사적 욕망, 권력에 대한 집착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과 개인의 이기심이 결합해 만들어 내는 맹목적인 집단적 광기가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파괴해 가는 지 보여준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사진=국립극단 제공

이순재는 지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사형 선고도 불사하며 권력의 광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댄포스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작품의 함의가 깊고 등장 인물의 성격이 명료하게 제시돼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전부터 생각했다"며 "오늘날 우시 사회에 내놔도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명작은 명작임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예전에 학생들과 워크샵으로 몇번 리딩을 해봤어요. 언어 훈련에 정말 좋은 텍스트라고 생각했죠. 특히 댄포스 역할은 대사도 200여 마디나 되고 쉴새 없이 상대방과 격력하게 맞붙어요. 힘든 작품이고 힘든 역할이죠."

그는 또 "극중 등장인물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며 "물질에 사로잡힌 성직자, 정치적 탄압과 편견으로 인해 인권이 말살되는 부분, 인간 존엄성에 관한 문제 등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와 사상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역할을 나란히 맡은 배우 이호성은 "선생님과 저의 댄포스가 워낙 달라 재미있다"며 "무대 뒤에도 객석이 있어 상당히 고난도 연기를 펼쳐야 한다. 이순재 선생님이 앞서 하시면 따라가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작품은 무대 뒤쪽에도 36석의 '특별관람석'이 배치된다.
박정희 연출은 "관객과 관객이 대치되는 형태로 서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컨셉을 생각했다"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연극 체험을 주고 싶었다. 연출자로서도 굉장히 도전의식이 생기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 당일 전체 좌석의 절반이 판매됐고 이날 기준 90%를 넘겼다. 공연은 오는 12월 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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