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청년창업, 기업가 정신에 길을 묻다] (4) "내 나이가 어때서".. 시니어 창업천국 일본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24 16:56

수정 2015.12.01 08:53

(4) 일본
'벤처프라자 후나바시' 회사 다니다 창업하는 사람 많아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상담 금전적 지원은 후하지 않아
다양한 업종의 15개 업체 입주 현재까지 22개 업체 독립시켜
일본 중소기구가 총괄하고 있는 전국 32개의 벤처프라자 중 한 곳인 후나바시에서 한 입주기업 직원이 기계를 수리하고 있다. 입주기업은 기본 5년간 각종 상담 및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사진=김승호 기자
일본 중소기구가 총괄하고 있는 전국 32개의 벤처프라자 중 한 곳인 후나바시에서 한 입주기업 직원이 기계를 수리하고 있다. 입주기업은 기본 5년간 각종 상담 및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사진=김승호 기자


【 치바(일본)=김승호 기자】 일본 도쿄 시내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40~50분 거리에 있는 치바현 후나바시시. 교통이 혼잡하고 고층빌딩이 밀집된 도쿄에 비해 저층 멘션(우리나라의 빌라 형태로 일본에선 아파트보다 비쌈)과 단독주택이 늘어서 있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에 제조업 강국, 일본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창업 인큐베이터 '벤처프라자 후나바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로 우리의 중소기업청과 비슷한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중소기구)가 운영하고 있는 벤처프라자는 현재 전국에 32곳이 있고, 후나바시는 그중 한 곳이다.


벤처프라자 후나바시는 중소기구가 총괄하고 실제 운영과 관리는 치바현, 후나바시시, 치바산업진흥재단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25개의 연구실과 사무실 10개, 회의실, 미팅룸 등이 골고루 갖춰진 이곳은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공실이 거의 없다.

올해 6월 기준 입주율은 96.3%, 2012~2013년 당시에는 입주율 100%를 자랑하기도 했다.

"2007년 8월 처음 문을 연 이곳에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기계, 바이오, 재생의료 등을 영위하는 기업 15곳이 입주해 있다. 현재까지 22개 업체가 벤처프라자를 졸업해 각자의 영역에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중소기구에서 벤처프라자 후나바시를 담당하고 있는 운영팀장 에모토의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이들에게 정책이나 예산 지원이 집중된 것과 달리 일본은 청년뿐만 아니라 시니어와 여성 창업 비중이 높다.

"일본은 청년창업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낮다. 특히 회사를 다니다가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시니어 창업이 더욱 활발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도쿄지사 선재연 소장의 말이다. 실제로 이곳에 입주해 있는 기업의 사장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다.

일본 도쿄도 동쪽에 위치한 지바현 후나바시시의 창업 인큐베이터 '벤처프라자 후나바시' 전경.
일본 도쿄도 동쪽에 위치한 지바현 후나바시시의 창업 인큐베이터 '벤처프라자 후나바시' 전경.


일본의 창업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후하지 않은 편이다.

벤처프라자의 경우 임차료의 3분의 1가량을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 대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분명한 역할분담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의욕 있는 기업을 열심히 지원하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전엔 모든 기업이 (지원)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입주기업에 대한 판로·자금·라이선스·법률 지원 등은 후나바시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벤처 지위 인정, 적극적인 규제 해소 등은 지바현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구 지원거점지원과 안도 스구야 과장의 설명이다.

특히 입주기업들의 문제가 점점 고도화되고 있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전문상담인력 연계를 통해 자금조달, 첨단기술 관련 라이선스 등의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여러 업계에서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가진 경영자문단의 역할도 빛을 발한다. 입주기간은 기본 5년이지만 심사를 통해 연장할 수도 있다.

부족한 자금은 대부분 지역 신용금고와 연계해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창업기업은 신용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이때는 지자체가 신용보증을 해 원활한 자금 수혈을 돕는다. 기업이 돈을 빌릴 때 인력을 추가로 채용했다면 금리인하 혜택도 덤으로 준다. 우리처럼 정부나 지자체 등에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일도 없다.

창업기업을 위해 최소한의 지원만 하되 처음과 끝은 모두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중소기구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하고 있는 야구치 마사야 과장 대리는 인도네시아에 나가 있던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에피소드를 소개해줬다.

"수산업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한 일본 기업은 어렵사리 판로를 개척해 지금도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한국 기업은 정부로부터 20억원가량을 투자받아 공장을 지었지만 결국 사업을 접었다. 한국에서 안하던 사업을 (지원받아) 시작하다보니 그리된 것이다."

벤처인큐베이터를 거친 기업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서 터를 잡고 고용을 창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 실제 그동안 벤처프라자 후나바시를 졸업한 22개 기업 가운데 도쿄로 터전을 옮긴 한 곳을 제외하고는 20개 기업이 후나바시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한 곳만 문을 닫았을 뿐이다.

일본 제조업(모노즈쿠리)의 노하우를 듣고 싶었다.

"제조업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돈도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금력이 넉넉지 못하고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제한 속에서 (기업은) 기술력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빈약한 정책적·금전적 지원을 목표에 대한 집념, 기술계승을 위한 노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중소기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러면서 일본 제조업을 이끄는 힘을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말에 혼(魂), 전(傳), 장(匠), 극(極)을 꼽았다.

bada@fnnews.com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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