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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새 정부 "자본통제 포기"...페소 폭락에 커지는 경제 붕괴 우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26 14:45

수정 2015.11.26 14:45

마우리치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의 과감한 자본규제 철폐 방안이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리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즉각적인 외환시장 규제 철폐를 내놓은 바 있다. 과감한 규제철폐를 통해 아르헨티나에 절실한 외국 투자를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외환시장 개방이 몰고 올 부작용이 엄청난데다 중앙은행 총재가 당선인과 대립하고 있어 비협조 적일 것이어서 당장 공약 실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크리는 이같은 기대에 아랑곳 없이 24일 기자들을 만나 취임 이튿날인 12월 11일 규제철폐를 단행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환율방어에 나설 돈이 없기 때문에 환율통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단일 환율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곧바로 동원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은 20억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식환율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질 환율이 58%까지 벌어져 있어 갑작스런 규제철폐는 아르헨티나 페소 폭락을 부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페소 폭락은 이미 20%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더 끌어올리고, 경기침체를 심화시켜 가뜩이나 취약한 새정부 지지도를 초기부터 곤두박질치게 만들 수 있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정책자문을 지낸 배리 에이켄그린 버클리대(UC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역사에는 자본통제를 급격히 포기한 나라들의 시체가 즐비하다"고 경고했다.

영국 리서치 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석달 안에 페소 가치를 15.8~39% 떨어뜨려 암시장 환율과 맞추고, 유틸리티 보조금도 철폐하면 인플레이션 폭등을 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내년 9월까지 기준금리를 40%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성장세로 돌아서기 전까지 2년 동안 아르헨티나 경제는 연 마이너스 3% 성장이 불가피하다.

1989년 베네수엘라가 이같은 전철을 밟았다.

당시 새로 취임한 카를로스 페레스 대통령은 중앙은행에 환율방어 실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환율 통제를 갑자기 풀어버렸고,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는 폭락했다. 단 한 달 동안 소비자물가는 21% 폭등했고, 폭동이 일어나 우고 차베스의 쿠데타로 이어졌다.

브라질 중앙은행 부총재 출신인 파울로 다쿠냐 아이스 캐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점진적인 자유변동 환율제로 이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장에서 페소를 흡수하는 방안들을 시행하고, 신뢰할만한 재정계획을 입안하며, 외국에서 자금을 끌어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페소 평가절하를 단행했던 당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블레헤르도 자본통제는 서서히 철폐해야 하고, 분야별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금리인상을 통해 페소 수요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레헤르는 "하루 이틀 사이에 모든걸 바꿀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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