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김영삼 前대통령 국가장] 고인의 업적 기리며.. 눈물로 대신한 '마지막 인사'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1.26 17:35

수정 2015.11.26 21:39

국회서 영결식 엄수
정·관계 인사 발인예배 참석 현철씨 "왜 이렇게 추운 날.."
운구차량 국회 진입하자 시민들 고인 마지막 모습 담아.. 묵념의 시간엔 곳곳서 흐느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후 국회 앞마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이날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 장례위원, 해외 조문사절, 정·재계 등 각계 주요 인사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오후 국회 앞마당에서 거행되고 있다. 이날 눈발이 흩날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유족과 친지, 장례위원, 해외 조문사절, 정·재계 등 각계 주요 인사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마지막 등원'이 된 국회 영결식이 거행된 26일 하늘에서는 눈이 흩날렸다.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했다. 고인을 보내는 시민들은 차분했지만 운구 행렬을 보며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도, 유족도, 시민도 모두 민주화의 상징인 김 전 대통령을 보내는 슬픈 하루였다.

■마지막 날까지 조문 행렬

김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는 이날도 고인을 배웅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이날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1700명이 빈소를 찾았다. 특히 건강상 이유로 국회 영결식 참석이 어려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에 이어 다시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족들은 오전 9시께부터 모여 서로 붙잡고 위로했으나 끝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이어 오전 10시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목사 집전으로 진행된 발인예배에는 유족 외에도 닷새 내내 빈소를 지킨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 등 측근과 정·관계 인사 100여명이 자리했다. 발인예배에서 찬송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등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자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는 가족 인사를 통해 "오늘 날씨가 매섭다. 왜 이렇게 추운 날 하나님께서 아버님을 데려가시려고 하시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현재 민주화가 다시 불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시점에 아버님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통합과 화합이란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 모두가 각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인예배는 오전 10시40분께 끝났고 국회에서 열리는 영결식을 위해 오후 1시30분께 김 전 대통령의 커다란 영정사진이 걸린 운구차량이 출발했다.

■차분하게 준비된 '영결식'

영결식 날 오전 나흘 동안 내린 비는 그쳤다. 비가 그치자 국회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등원'을 위한 영결식 준비가 시작됐다.

국가장 관계자들이 운구차가 진입할 도로에 떨어진 낙엽들을 치웠고 국방부 군악대의 조악 연주에 맞춰 운구차가 정해진 동선을 이동하는 리허설도 진행됐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잔디광장에는 의자 2만개가 빼곡히 놓였고, 수십명의 관계자들이 마른 수건으로 의자를 깨끗이 닦았다.

국가장 관계자들은 비표를 나눠주기 위한 천막을 치고 목록 정리에 한창이었다. 경찰관들은 만일을 대비해 곳곳에 검색대도 설치하는 모습이었다. 준비가 마무리되자 초청받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투신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보려는 시민들이 찾아왔다.

불편한 다리로 영결식장을 찾은 김모씨(70)는 "민주화에 많이 기여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경북 포항에서 상경한 정모씨(62)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선봉자"라며 "그분 아니었으면 어떻게 민주화가 뿌리 내렸겠나"라고 회상했다.

김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서울 상도동에 거주하며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한다는 한 시민은 "하루 영업을 포기하고 영결식에 참석했다. 금융실명제와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김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혁적 정책들의 성과는 역사에 오래도록 남아야 한다"는 말로 추모했다.

■하늘도 슬퍼한 마지막 길

김 전 대통령 운구차량이 여의도에 접근하자 더욱 추워지기 시작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됐으나 장례위원회 위원들과 관계자, 시민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다만 목도리를 감고 장갑을 챙기는 등 중무장을 하거나 담요를 무릎에 덮고 핫팩을 손에 쥐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1시50분께 김 전 대통령 운구차량이 국회로 들어오자 국회 잔디광장에 모여있던 시민들은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도 했다.

이어 운구차량이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영결식장으로 들어오자 앉아있던 관계자들이 모두 일어서 운구차를 맞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고인을 추억하듯 운구차와 하늘을 번갈아 바라보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또 고인에 대한 묵념의 시간에는 곳곳에서 울음을 참으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김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과학기술처 차관을 지낸 한영성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은 "군부 통치의 종말을 고한 분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권력자들을 단죄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애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조지민 김문희 윤지영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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