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왕따·조롱' 메신저 폭력에 멍드는 동심

하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2 17:59

수정 2015.12.02 17:59

지난해 초등생 스마트폰 보유 55.9%로 급증세
미확인 '지라시' 퍼나르며 신종 학교폭력 확산
'왕따·조롱' 메신저 폭력에 멍드는 동심

#. 초등학생 김모양(12)은 최근 같은 반 친구들과 단체 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에서 충격적인 메시지를 봤다. 단짝 친구인 조모양이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치고 학교 밖에서 하급생들을 폭행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메시지에는 조양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가 술주정이 심해 그렇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평소 조양 부모님과도 만난 적이 있던 김양은 즉시 항의했지만 메시지를 보낸 유모군은 자신도 다른 친구에게 받은 것을 전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었다. 김양은 "원래 이런 '지라시'가 단톡방에 자주 돌아다니고 다들 재미로 읽다보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내가 없는 방에서는 친구는 물론이고 나에 대한 지라시도 돌아다닐 것만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카카오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져나가는 소위 '지라시'(사설정보지)에 어린 가슴이 멍들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어린이가 급증하면서 성인 및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공유되던 악성 지라시 문화가 초등학생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비방이 담긴 글을 익명으로 퍼뜨리는 지라시가 동급생을 겨냥한 조롱과 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상처받는 어린이가 늘어가고 있다.

■'비방글'부터 '따돌림'까지

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의 LTE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2012년 11.5%에서 2014년 55.9%로 5배 가량 급증했다. 고학년(4~6학년)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비율은 60%를 웃돈다. 특히 어린이들은 게임과 비슷한 비율로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스마트폰 이용이 어린이들의 주요 문화로 자리잡는 상황에서 지라시 공유 등 무분별한 이용행태가 이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특정 학생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이 지라시 형태로 작성돼 확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 비행을 고발하는 내용부터 교우관계, 남녀문제, 가정사 등에 이르기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메시지로 작성돼 무작위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 '떼카(떼로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는 방식)' '카따(메신저에서 소외시켜 따돌리는 방식)' 등 신종 학교폭력이 지라시 형식으로 진화해 초등학생에게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교사 개입 못해 '전전긍긍'

문제는 허위정보가 유포돼도 부모나 교사들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치판단기준이 미성숙한 어린이들이 메신저를 통해 '자신들만의 공간 및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모나 교사가 개입할 경우 유포 당사자는 자칫 지라시의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는데다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지역 초등교사 윤모씨(31.여)는 "학생이 직접 스마트폰을 열어주지 않는 한 교사가 나서 손을 쓸 방도가 없다"며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알려주는 게 최선"이라고 털어놨다.
학부모 정모씨(44.여)도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단톡방에 못 들어가 따돌림을 당한다고 졸라서 올해 (스마트폰을) 사줬다"며 "옛날처럼 만나서 때리고 욕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따돌린다고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알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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