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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대박세일 상품 뒷면의 유통기한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4 17:24

수정 2015.12.04 17:24

[여의도에서] 대박세일 상품 뒷면의 유통기한

집과 가까워 경기 광명의 이케아 매장을 가족과 함께 자주 찾는다. 여기서 외식하고 아이쇼핑도 하고 때론 생필품도 산다.

최근 가족과 함께 찾은 때는 때마침 이케아 한국진출 및 광명점 개점 1주년이었다. 매장내 카페테리아에서 식사주문을 했더니 일정 금액 이상 주문고객을 위한 사은품이라며 직원이 아내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그런데 이 초콜릿의 뒷면을 살펴보니 유통기한이 2주일여에 불과했다.아무리 공짜라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사은품을 받고 보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돌이켜보니 이케아에서 유통기한을 앞둔 사은품 제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한 달 전쯤에는 유통기한을 10여일 앞둔 원두커피를 사은품으로 나눠줬다. 당시에 받은 원두커피는 부엌에서 한 달을 굴러다니다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본국인 스웨덴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사은품으로 나눠주고 있는지, 혹시 이런 사은품을 지급했다면 이에 대해 현지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해졌다.

이케아에서는 유아를 동반한 부모들에게 유아용 이유식을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한다.처음에는 공짜로 이유식을 받으며 역시 외국기업들은 유아들에 대한 배려가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이내 혹시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바뀌었다.

따져보면 이케아 매장이 아니더라도 시중에 유통되는 상당수 제품 가운데는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심지어는 유통기한이 넘은 제품들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도 유통기한에 둔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로는 맥주 맛이 신선하지 않아 유심히 살펴보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걸 심심찮게 발견한다. 대량으로 세일판매하는 수입맥주나 수입와인의 대부분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인 만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일부 수입업체들은 여전히 유통기한을 넘겨 제맛을 잃은 맥주나 와인을 팔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식품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기간으로 여긴다. 하지만 유통기한은 유통업자가 해당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그 식품이 부패되거나 변질됐다고 할 수 없지만 법적으로는 판매할 수 없다. 이에 비해 '품질유지기한'으로 표기된 제품은 기한이 지나도 판매는 할 수 있다.

유통기한표시제나 품질유지기한제 외에 선진국에서는 '소비기한표시제'를 주로 사용한다. 일본에선 맥주 등은 맛이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는 '상미기간'으로 표시한다.

유통업체 입장에선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 식품인 데도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반품하는 데 따른 손실이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먹거리를 50% 이상 싸게 판매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별다른 판매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박 세일'이라며 땡처리 수준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싸게 파는 게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유통기한이 얼마남지 않아서 싸게 판다'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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