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1년 365일 세일의 역습' 소비자·업계 모두 지쳤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06 18:09

수정 2015.12.06 18:09

소비자 피로감 확산..8월 중순부터 매일 세일
"정기세일과 차이 없어" 백화점 매출 기대이하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한 유통업계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지난해 말 이후 한국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면서 시작된 소비부진은 올 중반기 약 두달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까지 겹치면서 유통업계를 강타했다.

급기야 정부는 메르스사태가 수습된 지난 8월 중순 전국단위,모든 유통업계가 참가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그랜드세일'로 소비진작에 나섰고 10월 말까지 약 70일에 걸친 파격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의 불씨를 살리고 시장의 활력을 되찾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않고 11월의 중국 광군제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아우르는 순수 민간차원 세일행사인 K-세일데이로 이달까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변칙세일과 꼼수할인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쉼없이 이어지는 세일에 대한 피로감이 겹치면서 '세일의 역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쉼 없는 할인세일의 역습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통업계의 세일 행사기간은 90일 전후로 예년(100일)보다 열흘 가량 적다. 하지만 지난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진 메르스사태로 여름 세일을 못한 점을 감안하면 예년 이상인 셈이다. 특히 8월 중순이후에는 이달까지 거의 하루도 쉼없이 세일행사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쉼없는 계속되는 세일에 유통업계 종사자나 소비자나 모두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새로운 세일상품을 내놓으려다보니 '눈가리고 아웅식'의 꼼수를 동원할 수 밖에 없고 소비자들도 이런 세일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다 편의점 업계가 담배소포장 판매전략으로 가격인하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며 '변칙세일' 논란을 불러왔다.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이대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를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이달 중순까지 진행 중인 'K-세일데이'는 인지도 부족과 세일 피로라는 장벽에 막혀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백화점 빅3의 K-세일데이 첫 사흘(11월 20~22일) 판매 신장률은 평소대비 4~8%에 그쳤다.이는 지난 10월 '코리아그랜드 세일' 기간의 평균매출증가율(20%)에 비하면 기대 이하다.그나마 두번째 주말(11월 27일~29일)은 매출이 20%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소비부진의 기저효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백화점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K-세일데이 행사가 제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종전의 세일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백화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11월 말~12월 초 송년 정기세일을 진행하는데 이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연속된 '세일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반복되는 세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값에 구매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가'와 '할인가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K-세일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지만 매년 진행되는 백화점 정기세일의 테마만 바꾼 수준"이라며 "세일이 너무 잦다는 지적이 있어 내년에는 세일기간을 줄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입맥주·소포장담배 '변칙 할인' 논란

편의점 등 소매업계에서는 수입맥주 할인과 담배소량 포장 전략이 '변칙 세일' 지적을 받는다. 일부 편의점 업체는 수입맥주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할인 이벤트를 연중 진행 중이다.캔당 평균 3000~4000원인 수입맥주를 1캔당 2500원꼴로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국내산 맥주는 수입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주세로 인해 할인에 제한적인 것도 수입맥주가 연중 할인 이벤트를 펼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한 편의점의 경우 세일에 들어가기 전인 올 1∼3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매출 비중이 69.1%대 30.9%에서 세일 이후인 9∼11월에는 50대 50 수준이 됐다. 이같은 연중 할인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애초 수입 맥주의 정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맥주 수입 업체에서 '정가 부풀리기'를 통해 할인가에 판매하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부 외국산 담배 제조업체가 14개비들이 담배 한 갑을 2500~3000원에 판매하는 '소포장 담배'도 변칙세일 논란에 휩싸였다. 소포장 제품은 20개비 4500원 정가인 일반 담배에 비해 개비당 최대 20% 저렴하다. 국내 담배 제조업체들은 '상도의를 벗어난 꼼수 할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당초 담배업체와의 마찰을 우려해 '소포장 담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저렴한 담배를 찾는 소비자 반응이 이어지자 슬그머니 소포장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20개비 미만의 소포장 담배 판매를 규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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