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엔지니어링의 1년8개월만 1조원 수주 비결은 직원 헌신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1 17:16

수정 2015.12.11 17:16

#1. 지난 4일 서울 상일로6길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직원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8억8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플랜트 2기에 대한 낙찰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위로와 축하의 말을 건네느라 조용한 사무실이 시끌벅적해진 것이다. 퇴근 시간을 뒤로 미룬 것은 물론 주말도 포기하면서까지 업무에 매달린 이들은 힘든 것도 잊고 오랜만의 대규모 플래트 수주 성공에 안도하며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1조원 규모의 플랜트를 수주한 가운데 그 비결에는 직원들의 '숨은 헌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평일 연장 근무는 물론 주말 휴일까지 반납하며 구슬땀을 흘린 결과 플랜트 수주로 이어진 것이다. 직원들의 '통 큰 희생'에다 최근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회생을 돕고 나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이 회사 회생을 위한 수주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선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10월 3·4분기 실적이 발표되며 위기감이 확산된 직후 직원들이 평일 오후 8시 이전 퇴근을 지양하고 토요일도 반납하는 등 프로젝트 수주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퇴근 시간을 뒤로 미루면서 직원들의 요청으로 오후 7시에 출발하던 퇴근버스도 8시 15분으로 미뤄졌다.

회사 한 관계자는 "주말 출근은 업무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사원대리급 4시간, 과장급 6시간, 차장급 이상 8시간 정도 일을 했다"고 전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직원들에게 수당은 따로 지급되지 않았다.

이 같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원 규모의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 부터 8억8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2기에 대한 낙찰통지서를 받은 것.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구매·시공(EPC)의 전 과정을 턴키 방식으로 수주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8개월만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완공 예정으로 삼성 측은 설계·구매·시공(EPC)의 전 과정을 턴키 방식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수주는 기술력에다 직원들의 노력이 전해지며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자본잠식 상황에다 잇따른 인수합병(M&A) 소식 등의 영향으로 발주처의 신뢰를 얻지 못했지만 직원들의 열정이 전해지며 발주처들이 마음을 돌린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수주로 2014년에만 약 100조원의 매출을 올린 거대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나스와 파트너십을 확실히 다지게 됐다. 페트로나스는 2016년에만 수십억달러의 발주계획이 있어 삼성엔지니어링은 향후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말 발표한 순환휴직도 직원들의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사우협의회는 전직원 1개월 무급순환휴직을 회사에 제안했다. 10%의 인원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전 직원이 고통을 분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휴직은 개인 업무량을 고려해 희망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이번 달 부터 2016년 11월까지 1년 간 시행된다. 한편 임원은 휴직없이 1개월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사측도 회사의 회생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의했으며 3500억 규모의 강동구 상일동 사옥도 매각키로 했다.
이번 유상증자와 사옥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상장폐지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룹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존 주주들의 유증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 경쟁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썼음에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직원들의 헌신에다 삼성엔지니어링 정상화에 대한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의지가 더해지면서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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