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내 석탄 이용한 화력발전 정책 전면 수정 불가피

파리 기후협정
절반의 성공, 향후 과제
감축 수치 구속력 없고 정확한 부담금액 빠져 세부적 후속 협상 벌여야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체적인 제도 변화 시급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2주간 진통 끝에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이끌어낸 것은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신기후체제 출발 버튼을 눌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파리협정의 큰 틀을 토대로 내년부터 후속 협상을 벌여야 하는 '장기 숙제'가 남아 있지만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고 21세기(2100년) 후반까지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세계 공동목표에 합의한 것만으로 뜻깊은 시작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그만큼 각국에서 이행해야 할 부담도 크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세계 58개국 중 54위 수준인 우리나라도 더욱 그렇다.

당장 올해 발표한 석탄화력발전 확대정책을 수정하고 미미했던 재생에너지 발전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개도국과 선진국 중간 입장을 취하며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반쪽' 법적 구속력, '숫자' 빠진 재원 부담

파리협정에서 신호탄을 쏜 '신기후체제'는 2020년 마감하는 '1997년생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는 것이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줬다면 파리협정은 개도국과 선진국 구분 없이 지구온난화에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목표도 '하향식' 할당이 아니라 각국 스스로 감축목표인 기여방안(INDC)을 정하는 '상향식'으로 바꿨다.

우선 파리협정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 국가가 참여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큰 줄기를 잡았다.

이를 위해 INDC는 지금처럼 스스로 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INDC 수치를 얼마나 정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5년마다 보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해야 하고, 5년 단위로 얼마나 목표를 잘 지켰는지 국제사회가 '이행점검'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첫 시행은 2023년인데 그나마 법적 구속력을 둔 부분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도 뒀다. 선진국은 과거 대비 얼마를 줄이겠다는 절대량 방식을 취한 반면, 개도국은 경제 전반을 감안한 감축목표를 점진적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후자에 속한다.

탄소시장과 관련해선 195개국끼리 자발적인 협력도 인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국제시장 탄소 메커니즘 설립에 합의했다. 쉽게 말해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탄소시장 외에 국가끼리 탄소배출 감축 거래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과 함께 막판 줄다리기 대상이었던 '재원'은 선진국에서 의무적으로 돈을 내고 그 외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키로 했다. 이 돈으로 개도국의 기후변화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조성'이라는 문구는 담지 못했다.

■갈 길 '먼' 기후변화 대응…우리 정부 새로운 숙제도

파리협정은 나왔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195개국 중 55개 국가가 자국의 국회에서 파리협정 비준을 받아야 하고 이를 해결했더라도 비준 국가의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비중 5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 중국, 인도 등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비준을 받으면 파리협정 발효는 쉬워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더라도 1.5도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권과 다르게 과학계는 각국이 제출한 기후변화대책 실현을 가정했을 경우 3도에 가까운 지구온난화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시급한 기후재원을 2020년 전까지 어떻게 확대하고 조성할지도 담지 못한 것 역시 한계로 남는다. 2025년 이전에 1000억달러 이상의 새로운 정략적 목표를 정하다는 문구는 향후 후속 협의에서 난관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당장 올해 발표한 석탄화력발전 확대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대에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뒤 자국으로 돌아와 계속 '값싼 화석연료'만 고집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면 국제사회 신뢰도 하락은 자명해서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는 파리 합의문을 화석연료 의존적인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며 "더러운 석탄의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공평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재수립하라"고 요구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