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선장 잃은 CJ 문화·미디어사업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안타깝다.

법원의 판단이 실질적으로 법익을 따졌는지, 대법원이 하급법원의 배임죄 적용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충분히 고려했는지 되묻고 싶다.

참 숱한 사람들이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재벌 총수가 교도소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경영활동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 법익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배임죄는 법률 자체의 미비함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법 아닌가.

게다가 사람 사는 세상의 인정도 그렇다. 법원의 판단이니 인정을 고려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환자 아닌가.

지금까지도 병원에서 재판을 받아온 환자를 교도소에 가두는 것으로 형벌의 평등을 얘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제일 안타까운 점은 사실 문화.미디어산업 현실이다. 몇 년 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든 영화 '아바타' 한 편이 벌어들인 수익이 한국 자동차 '쏘나타' 300만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는 얘기는 유명한 사례다.

CJ그룹은 국내 대표적인 문화.미디어 그룹이다. 그동안 참 무모하리만치 문화.미디어산업에 투자해 왔다. 영화든 TV 채널이든 사실 CJ의 사업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이 대다수다. 기업이 이익도 못 내면서 지속적으로 특정 산업에 투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자로 CJ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묻곤 한다. 돈 안 되는 사업에 왜 그리 집착하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다. "최고경영진의 의지"라고 한다. 그 무모해 보이는 투자의 결과 CJ그룹은 우리나라 대표 문화.미디어 그룹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데 회장 부재 이후 CJ그룹의 투자가 힘을 잃었다. 지난해, 올해에만 5000억원 가까운 투자결정이 미뤄졌다고 한다.

최근 창조경제는 급속히 문화.미디어 산업으로 수렴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내년 예산 중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6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3% 늘었다. 분야별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만큼 정부의 문화산업 육성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도 미디어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글로벌 공룡이 늘고 있다. 불확실한 세계경제에서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소비자에게 영화나 음악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콘텐츠를 CJ가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정부는 문화.미디어 산업으로 창조경제의 성과를 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정작 그 산업을 담당할 주력기업이 선장을 잃고 당황하고 있다.

문화.미디어 산업은 사실 국경이 없다. 기반을 닦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랜 시간 무모해 보이는 투자를 통해 닦아놓은 CJ그룹의 기반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그 자리를 중국의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채워갈 몇 년 뒤의 모습도 걱정이다. 그래서 법원의 판단이 아쉽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