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원자재시장 강달러 후폭풍..신흥국 침체-공급과잉 '삼중고'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7 14:59

수정 2015.12.17 15:06

미국 달러 강세가 원자재 시장에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 둔화에 따른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달러 강세는 또다른 악재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의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달러 자산 유출까지 가세하면 강(强)달러는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 원자재 시장이 강달러-공급 과잉-수요 침체의 삼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 첫날 원자재 시장의 충격파는 크지 않았다.
이미 예측했던 상황으로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크게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5.52달러로 전날보다 4.9%(1.83달러) 하락했다. 금융위기 초기인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내년 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3.6%(1.34달러) 떨어진 배럴당 37.11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 원유 지표가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이날 기준 내년 2월 인도분은 배럴당 32.8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있다. 전날보다 1달러 정도 떨어졌는데, 11년 만에 최저치다.

유가는 금리 인상에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가 예상치보다 크게 증가(480만배럴)한 것으로 집계된 점도 악재였다. 여기에다 미국 의회가 40년 만에 미국산 원유 수출 금지 조치 해제에 합의한 것, 이란의 내년초 경제제재 해제후 증산 방침 등 과잉공급 신호가 유가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에 유가(WTI)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금융기관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이어 가장 최근엔 씨티그룹이 '20달러대 유가'를 전망했다. FT는 "저점을 향해가는 석유위기 시대의 '공포'가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가격은 상승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금가격은 떨어진다. 다만 이날 금값에는 금리 인상이 선반영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5.20달러(1.43%) 상승한 1076.80달러에 거래됐다. 사흘 만에 상승이다. 연준 발표이전 상승마감한 정규장과 달리, 시간외 거래에선 금가격이 장중 한때 107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그러나 연준의 '점진적 인상' 입장이 나오자 금값은 반등했다. 이는 연준이 "통화긴축에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며 "매우 점진적인 인상"을 예고한 게 금가격을 밀어올렸다.

구리, 알루미늄, 주석 등 비철금속 가격도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리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 가량 상승한 t당 4609달러로 마감했다. 알루미늄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현물가격도 t당 1486달러로 0.95%(14.25달러)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은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공급 과잉 문제가 더 큰 리스크다.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 신흥국 경제 영향이 더 크다. 원자재 가격 하락→수출국 경제 위축→(금리 인상→달러 차입 자산 유출)→공급 과잉으로 돌고도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강달러까지 더하면 신흥국이 저리에 당겨쓴 대규모의 달러 차입 자금마저 이탈이 가속화된다. 보유 외환이 적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한 신흥국들은 설상가상이다. FT는 "강달러가 지속되면 원자재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원자재 신흥국은 중국, 러시아, 사이디아라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철광석, 원유, 구리, 천연가스 등을 수출해 국가재정을 충당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이 전체의 70%, 정부 재정의 50%를 차지한다. 사우디, 아르헨티나도 정부재정의 70%, 90%를 원유 수출로 충당한다.
이들은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오르는 등 원자재발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강달러는 취약국가들의 환율을 더 압박하는 요인이다.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당 80루블까지 하락했는데, 100루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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