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왁자지껄한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평화롭게 마무리...경찰 "불법집회로 변질"(종합)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19 19:15

수정 2015.12.19 19:56

왁자지껄한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평화롭게 마무리...경찰

19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소요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대학로 서울대병원 앞 촛불문화제로 이어진 '민중총궐기 3차 대회'가 오후 6시30분께 마무리됐다.

주최측 추산 8000여명, 경찰추산 2500명이 문화제에 참가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집회가 문화제로 신고됐으나 집회로 변질됐다고 처벌을 시사했다.

■소요에서 촛불로 이어진 문화제

광화문광장에서 소요문화제가 열린 것은 이날 오후 3시10분께였다. 이 명칭에는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에게 '소요죄'를 적용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의미가 있다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손짝짝이와 부부젤라, 호루라기 등 소리가 크게 나는 악기나 가재도구를 들고 나와 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를 연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제에서는 △노동개악 저지 △농민 백남기 쾌유기원 △공안탄압 분쇄 △세월호 진상규명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FTA 등에 따른 쌀값 하락 문제 △대북관계 개선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왁자지껄한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평화롭게 마무리...경찰

정치적 구호가 나왔지만 문화제 현장에는 폭력적인 분위기보다 음악공연, 일인시위, 정책반대 투표와 같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집회에 참가한 장윤호씨(44)는 "특별히 노동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시국이 어수선하게 돌아가고 민주주의가 말살되고 있다고 느껴져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보도되는 것처럼 폭력적인 부분도 없고 노래 부르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라 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께 소요 문화제가 마무리되자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계광장과 종각역, 종로5가역을 거쳐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서울대병원에는 1차 집회에서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씨가 입원 중이다.

왁자지껄한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평화롭게 마무리...경찰

선두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섰다. 행진 과정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경찰청장 파면하라" 등의 구호가 나왔다.

행진 과정에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행렬도 경찰의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지는 않으며 질서를 유지했다.

행진을 지켜본 시민인 방윤호씨(55)는 "친구랑 약속이 있어 차를 마시고 있는데 그렇게 시끄럽지 않다"며 "행진 과정에서의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은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종로 주변 상가 운영 백모씨(52·여)는 "아들이 의경인데 걱정돼서 오늘 집회가 어떤지 보러나왔다 다행히 평화집회라 안심된다"며 "주변 의경들보면 다들 아들 같은데 문제없이 잘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행렬이 종로5가사거리에 도착한 5시40분께, 경찰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이유로 행진을 5분여 동안 끊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 참가자들은 도로에 눌러 앉으며 경찰의 통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내 경찰의 막았던 통제를 풀면서 박수가 나오는 모습도 연출됐다.

5시50분께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행진은 40분 동안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농민 백남기(69)씨의 딸 백민주화씨는 촛불문화제에서 "아버지가 물대포 맞고 쓰러지신지 36일째다"며 "여러분의 함성과 기원이 꼭 전달돼 아버지가 회복하는 그날까지,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도 "경찰이 차벽을 치지않으니까 평화로운 집회가 된 것 같다"며 "폭력집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이외에는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울산 태화강역, 충북 청주 상당공원, 대전 으능정이 거리, 전북 전주 세이브존 앞 등 전국 10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제주시청 앞과 부산 쥬티스태화백화점 앞거리 2곳에서는 오후 7시에 야간 집회가 열린다.

왁자지껄한 문화제 '3차 민중총궐기', 평화롭게 마무리...경찰

■경찰, "문화제가 집회로 변질"

경찰은 이날 행사에 대해 '순수한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시위로 변질됐다고 판단하고, 주최 측 집행부에 대한 처벌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사용하고, 무대에 오른 발언자 대부분이 정치적 발언을 했으며, 행사장 주변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상균을 석방하라' 등 유인물을 배포하고 사회자의 선동에 따라 구호를 제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행사의 전체적인 전개 양상을 볼 때 순수 문화제의 범위를 넘어선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행사 전 사회자가 '다른 어떤 집회보다 더 뜨거운 집회로 만들려 한다'며 스스로 행사를 '집회'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시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민국 재향경우회가 주최하는 맞불집회 열리고 있다.
맞불 집회는 오후 5시까지이어지고 애국보수 27개단체 참여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성호 김규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