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종 인터넷 사기 '대리결제' 기승.."미성년자까지 무차별적"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0 16:52

수정 2015.12.20 16:52

#대학생 김모씨(25)는 여자친구와 뮤지컬을 감상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정가의 85%만 지불하면 티켓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A씨의 게시물을 발견했다. A씨는 자신의 카드 포인트를 현금화하고 싶어 이 같은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10만원 상당의 티켓을 8만5000원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김씨는 A에게 자신의 소셜커머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리결제를 부탁했다. 잠시 후 뮤지컬이 예매됐다는 문자를 받은 김씨는 A씨 계좌로 8만5000원을 입금했으나 다음날 뮤지컬 예매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대신 구매해준다고 접근, 구매 취소 등의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대리결제 사기' 피해가 늘고 있다.
이같은 수법에 성인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사기범들은 주로 5만~10만원 상당을 대행, 피해자들이 소액이어서 적극 대응하지 않는 점을 노리고 있다.

■수법 다양·미성년자까지 범행 대상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직거래를 이용한 사기사건은 4만5877건으로, 전체 인터넷 사기 5만6667건의 80.9%를 차지했다. 올 10월말 기준 전체 인터넷 사기는 6만9942건이 발생해 이미 지난해 전체를 넘었고 직거래를 이용한 사기 비중도 83.1%로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르면 대리결제 사기는 각종 공연·스포츠 티켓에서 인터넷 게임 아이템 구매 대행 등 다양하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문화상품권 일련번호를 도용하는 사기행각도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등 공연·스포츠 경기 티켓은 김씨 사례처럼 대리결제를 해주겠다며 구매를 확인시킨 후 취소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에서 판매되는 티켓은 전자티켓이 대부분이어서 한번의 클릭으로 구매와 취소가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제품 구매는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대리결제자가 구매 진행을 위해 계약금 명목으로 전체 금액의 절반 정도를 선입금하도록 요구한 후 구매 요청자가 선입금을 진행하면 실제 구매는 하지 않고 잠적하는 것이다. 반대로 구매를 요구한 사람이 구매를 진행한 사람에게 잔여금을 입금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연령제한 인터넷 게임을 하는 미성년자들에게 문화상품권 일련번호를 알려주면 게임 아이템을 대리결제해주겠다고 접근, 문화상품권 발행업체 사이트인 '컬처랜드'에서 미성년자가 알려준 문화상품권 일련번호를 본인의 것으로 등록하는 방식도 있다.

한 대리결제 피해자는 "5만원짜리 이어폰을 싸게 구매하려고 대리결제를 찾다가 1만원을 선입금해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소액이어서 따로 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사전에 인터넷에서 사기 전화번호나 계좌번호 조회 등을 했다면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화하는 사기수법…"안전결제 해야"

초기 대리결제는 해외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미성년자나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게임 아이템을 대신 구매해주는 것이었다. 이후 소셜커머스와 쇼핑몰에서 배포하는 '할인쿠폰'이나 '포인트'를 대거 보유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리결제 범위가 확대됐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할인쿠폰이나 포인트를 현금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의 이익이 맞아 가능해진 거래다. 대리결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를 이용한 사기수법이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모바일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인터넷 사기 피해도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상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1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아끼지 말고 안전결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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