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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트리트] 동해 명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0 17:26

수정 2015.12.20 17:28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명태~헛 명태라고 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6·25 전쟁통에 먹을 것 없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도 명태(북어)만은 가난한 시인의 벗이 되어줬던 모양이다. 묵직한 남저음의 바리톤 오현명이 부른 '명태'(양명문 시·변훈 곡)는 전쟁에 상처받은 서민의 애환을 한국적인 익살과 재치로 표현했다. 가수 강산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고/노래 되고 시가 되고/약이 되고 안주 되고/내가 되고 니가 되고/그대 너무 아름다워요…잘 먹겠습니데이~'라며 직설적으로 명태 예찬론을 폈다.

명태는 말그대로 '국민 생선'이다. 지구상에서 한국인만큼 명태를 즐겨 먹는 사람이 없다.

명태를 일본에서는 멘타이, 중국에서는 밍타이위, 러시아에서는 민타이라고 부른다. 모두 우리말 '명태'에서 유래된 것이다. 명태는 어획 시기, 어획 방법, 가공법 등에 따라 이름도 천차만별이다. 생태, 동태, 선태, 찐태, 노가리, 북어, 코다리, 망태, 조태, 낙태, 추태, 짝태, 왜태, 원양태….

과거 동해안에서는 '개도 안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흔했던 명태가 어느 순간엔가 사라졌다. 동해 명태의 연평균 어획량은 1980년대 7만4000t으로 치솟은 후 1990년대에는 6000t으로 줄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씨가 말랐다. 전문가들은 명태가 사라진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는다. 동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명태가 서식지를 옮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970~80년대의 노가리(2~3년생 어린 명태) 남획을 꼽는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5.8kg, 10~15마리의 명태를 먹는다. 지금도 매년 30만t 안팎의 명태를 수입하는 이유다.

해양수산부와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지난 18일 강원도 고성군 대진항 인근 바다에 명태 치어 1만5000마리를 방류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산 명태를 국민의 식탁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며 지난해부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번에 방류된 치어는 지난해 동해안에서 잡힌 명태의 알을 부화시킨 것으로 15∼20㎝ 크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류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대구나 청어, 홍어, 도루묵 등 과거에 크게 줄어들었다가 정부와 어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어종이 꽤 많다.
'국민 생선' 명태도 이들처럼 동해 바다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