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받아요" 말 뿐인 빈병보증금 환불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7 17:26

수정 2015.12.27 17:26

편의점 12곳서 모두 거부.. 과태료 최대 300만원까지
3년간 단속 10곳도 안돼.. 환경부 "신고보상제 추가"
#. 서울 마포구의 A편의점. 편의점 직원은 맥주 330㎖짜리 2병에 대한 보증금을 받으러 온 손님에게 "빈 병은 안받는다"며 손사래 쳤다. 맥주병 라벨에는 '40원 환불'이라고 써 있었지만 이 직원은 "빈 병은 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다음 손님 계산을 재촉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편의점도 "아르바이트생이어서 사장님으로부터 '빈병 보증금 환불'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환불을 거절했다.

자원 재활용을 위해 관련법까지 마련돼 있는 빈병 보증금 환불이 실제 편의점 등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데다 단속마저 제대로 안돼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이틀간 영등포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 편의점 12곳을 확인한 결과 모든 편의점에서 빈병 수거를 거부했다. 일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빈병 보증금 환불내용을 업주로부터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3년간 과태료 부과 10곳도 안돼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편의점, 슈퍼 등 병류 판매처는 '빈병 보증금' 환불을 거부할 수 없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제 15조의2제3항에 따르면 빈용기보증금이 포함된 제품의 제조자 등은 용기를 반환하는 사람에게 빈용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판매자가 빈병을 반납하는 구매자에게 보증금 지급을 거부할 경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법률과는 달리 편의점 업주들은 '빈병 보증금'에 '당당하게' 난색을 표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환경부가 전국 각 자치단체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빈병 보증금' 환급 거부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소는 10곳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 업무 자체가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며 "지자체는 소매업체 업주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어서 과태료 부과를 부담스러워 하고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고 보상제도' 등 추가

환경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고 보상제도'를 추가하고 과태료 부과범위도 업소 면적별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자원재활용법 제15조의4 '빈용기보증금 미지급 소매업자 신고 보상'은 '소매업자 중 빈용기보증금 포함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사람이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선 신고 보상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한 것으로, 구체적인 하위법령은 규제심사 등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재심사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특히 빈병 반납 절차를 편리하게 하고 빈병 손상을 줄이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서울 등 수도권 대형마트 8곳에 빈병 무인회수기 12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동네 소형 슈퍼마켓 등 중소형 매장에도 10여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빈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회의에서 빈병 보증금 인상을 시행키로 했다.
시행 시기는 오는 2017년 1월 1일부터로, 현재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인 보증금을 2017년부터는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 올리기로 한 것이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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