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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통신업계의 불편한 비방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29 18:45

수정 2015.12.29 18:45

[현장클릭] 통신업계의 불편한 비방전

훈훈한 풍경을 기대하게 하는 세밑인데 통신업계에는 싸늘한 바람만 분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두고 SK텔레콤 진영과 반 SK텔레콤 진영간의 도넘은 비방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법무법인까지 대동해 기자설명회를 열어 M&A 반대 입장을 밝혔다. KT는 임헌문 매스(MASS)총괄 사장이 직접 나서서 SK텔레콤에 '자기기인(自欺欺人, 스스로도 믿지 않으면서 남까지 속인다)'에 빠져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가했다. SK텔레콤은 이형희 사업총괄이 직접 기자설명회를 열고 인수합병 취지를 설명했다.

통신회사들은 기자들을 불러놓고 각자 입장을 전한 것도 모자라 학계를 내세워 대리전 까지 벌이고 있다.
서강대학교 법과시장경제센터 토론회, 한국언론학회의 토론회에 이어 29일에는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토론회와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은 SK텔레콤과 반 SK텔레콤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주장했다.

그런데 통신회사들의 간담회에서도 학계의 토론회에서도 발전적인 주장이나 논리는 찾아볼 수 없다. 반 SK텔레콤 진영은 그저 경쟁사의 덩치가 커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지배력 전이 문제와 방송의 공정성, 지역성 훼손 우려를 내세운다.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M&A 이후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심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는 말로 융합사업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지 않는다. 때문에 매번 경쟁사와 경쟁사 입장을 대변하는 학자들에게 구체성이 없고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걱정과 우려를 해소시킬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믿어달라고만 한다.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방송의 공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발표없이는 지금처럼 계속 쳇바퀴처럼 비난이 오고갈 수밖에 없다.

29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에는 원래 참석하기로 했던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편향적인 발제를 문제 삼으면서 불참을 통보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SK텔레콤의 이번 M&A에 대해 우려되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소 격양된 발언이었지만 △대기업이 2~3개 남아서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케이블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왜 기가인프라 구축을 망설였느냐 △계획은 항상 장미빛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방송이 이동통신 수익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사실상 동일한 방송인 IPTV와 케이블 간의 합병에서 어떤 융합의 의미가 있느냐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적하고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 지금보다는 더 발전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매번 반복되는 진흙탕 싸움보다는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새해에는 진행되길 기대해본다.

허준 기자 jjoon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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