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감기로 대형병원 응급실 갔다간 진료비 폭탄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2.31 10:31

수정 2015.12.31 10:31

2016년부터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간 진료비 폭탄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정부가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시 본인부담을 대폭 늘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급환자와 비응급환자의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행 초기 잡음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을 제정, 고시하고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12월 31일 밝혔다.

대형병원의 경우 진료 대기시간이 길다 보니 그 동안 비응급 환자들이 응급실을 통하면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허점이 역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과밀도가 높은 20개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환자들 중 비응급·경증 환자가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급실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6.6% 환자가 전체 응급병상의 43.4%를 점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비응급이나 경증 환자가 24시간 이상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때는 본인부담(진료비 등)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응급의료법에 따라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 이외에 '응급의료 관리료'란 이름으로 첫날에 한해 응급실 이용에 따른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비응급환자은 이 비용을 고스란히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응급환자는 이 비용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보험급여를 적용하기에 본인 부담률에 근거해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응급의료 관리료는 병원별 비용도 만만찮다. 의료기관에 따라 액수에 차등을 둬 현재 서울대병원 등 전국에 20곳이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5만4830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4만7520원, 그 밖의 응급실은 1만8280원이다.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단순 치료를 받거나 약 처방을 받고 약을 타가도 진찰료와는 별도로 이 비용을 100% 자신이 내야 한다.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응급환자는 연령, 증상 등 중증도와 감염여부(발열, 호흡기질환, 여행 경력 등)를 기준으로 5개 등급으로 나뉜다. 5개 등급은 중증응급환자 1등급, 중증응급환자 2등급, 중증응급의심환자(3등급), 경증응급환자(4등급), 비응급환자(5등급) 등이다.

이렇게 분류한 응급실 내원환자를 대상으로 중증이면 즉시 소생실로 보내 응급진료에 들어가야 한다.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처럼 다른 환자들에게 집단으로 병을 옮기지 않도록 격리진료를 해야 한다. 응급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응급실이 아닌 의료시설을 이용하게 하거나 환자 본인의 동의하에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병원에서는 잡음이 예상되고 있다.
환자가 판단하는 응급 기준과 병원에서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가 없어 캐나다의 분류기준을 우리나라에 맞게 보완했기 때문에 초기 시행과정에서는 잡음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데이터가 모아지고 분류기준에 차차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영유아의 경우 포괄적인 관점에서 응급환자를 분류토록 할 것"이라면서 "제도 시행에서 과정에서의 불편, 불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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