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1)저출산·고령화 한국사회 위협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3 20:24

수정 2016.01.03 20:34

2030년 노동력 280만명 부족..2060년 10명이 노인 8명 부양
생산가능인구 올해 정점 찍고 급감.. 고령층은 폭발적으로 증가
대한민국 사회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소위 '인구절벽' 사태에 빨려들 전망이다. 인구절벽 사태는 노동력 감소뿐만 아니라 고령층 증가에 따른 복지부담 확대 및 내수시장 침체, 대외 수출경쟁력 악화 등 경제 문제와 교육·사회구조 전반의 위기를 몰고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지난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신호탄과 같은 인구절벽 사태 관련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중장기 대응 계획과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인구절벽 사태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책 외에 인구절벽 사태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도를 끌어올려 저출산 고령화가 몰고올 위기 극복에 전면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단순한 위기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넘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회로 만드는 창발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본지는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라는 시리즈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1)저출산·고령화 한국사회 위협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2000년대)

정부의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과 출산 장려 정책을 대표하는 표어들이다.

정부는 1960~1980년대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 국가 차원의 출산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10여년이 흐른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는 이때부터 출산 장려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예측이 빗나간 정부의 출산 정책이 '인구절벽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절벽' 현실화…'1대 1 부양시대' 눈앞

3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오는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전제할 경우 2021년부터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고, 2030년에는 노동력이 280만명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낮은 출산율에서 기인한다.

지난 2014년 기준 합계 출산율은 1.21명이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7명이다. 저출산은 합계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초저출산은 합계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현상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6명이던 출산율이 1983년 2.1명 아래로 떨어져 저출산 국가가 됐다. 2001년부터는 15년째 초저출산 국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기대수명 증가 등으로 노인인구 비중은 급격히 증가해 우리 사회는 2017년부터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2026년부터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노인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일 때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일 때는 고령사회, 20% 이상일 때는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2060년이 되면 인구 10명당 4명은 노인이고,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을 부양해야 하는 '1대 1부양 시대'에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구조 변화가 진행돼 2040년이면 세계 주요국가 중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빗나간 정부 예측…'인구절벽 위기' 자초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주요 원인은 정부의 빗나간 출산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곤 탈출'을 위해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시 출산을 제한하던 정부 표어에 여실히 드러난다.

1960년대에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 들어서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더 강화됐다. 1981년에는 아예 인구증가 억제 대책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1960년대 6명 안팎이던 출산율은 1980년대 초 2.5명으로 떨어졌고 1984년 1.75명, 1998년 1.5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의 출산율이다. 결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인구 억제 정책을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장기적으로 사회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다.

이후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져 지난 2014년 기준 1.21명으로까지 급감했다. 실업난, 경제적 부담,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결혼연령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인구 감소를 국가 존립의 문제로 판단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또 한 차례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 2014년까지 1.21명인 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번 대책은 기혼가구 보육부담 경감에서 일자리.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관련예산도 2015년 32조6000억원에서 2020년까지 44조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문제는 이번 대책 역시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인 판단'에 따른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인식은 배제한 채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 비혼에만 맞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진단 긴급좌담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대책엔 보육대책도 언급돼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라며 "사회구조 등의 변화는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고용 안정과 노동시간 단축, 일과 가족생활 양립, 노후보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신년기획 인구절벽 위기 이렇게 극복하자](1부-1)저출산·고령화 한국사회 위협
■생산가능인구 올해 정점 찍고 급감.. 고령층은 폭발적으로 증가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현상은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가능인구의 빠른 감소로 이어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의 활력을 잃고 저성장국가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빠른 고령화로 인해 적은 생산가능인구가 많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도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 2016년이 꼭짓점

3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1년 당시 3635만3000명이었던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703만9000명으로 사상 최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가능인구란 만 15~64세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원을 의미한다.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한 비율을 고용률이라고 한다.

장래인구추계상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3656만3000명(2020년)→3289만3000명(2030년)→2887만3000명(2040년)→2534만7000명(2050년)→2186만5000명(2060년)으로 각각 하락할 전망이다. 2060년이 되면 올해에 비해 생산가능인구가 무려 1517만4000명이나 줄어든다는 추산인 것이다.

한양대학교 김두섭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구의 절대규모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연령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한다는 데 있다"면서 "출산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와 0~14세까지의 유소년 인구가 지난해의 59.2%, 63.5%로 각각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5년의 2.7배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의 연령구조가 전형적인 역삼각형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 생산가능인구가 제대로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5.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72.7%에 이른다.

현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의 확산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서울대학교 권현지 교수는 "노동시장의 성과에 대한 논의는 고용의 양적 성장 못지않게 일자리의 질을 강조한다"면서 "국제적으로도 탈규제와 노동조합 약화, 서비스화 등으로 일자리 질의 전반적 저하와 격차 심화가 보고됐는데 정부가 고용의 양적 성장을 우선적 정책기조로 삼을 경우 나쁜 일자리 확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경제 직격탄

이 같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고령화는 노동공급, 투자, 소비, 산업, 부동산시장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인인구 증가는 저축의 절대 규모를 낮추고 자본 공급을 축소시켜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저축에 비해 투자율은 낮아지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자율이 내려가는 악순환도 불가피하다.

고령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제조업 등 수출 주력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점차 이전될 우려도 있다"면서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민청'이라도 만들어 외국인들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한된 인원으로 노인들을 부양하는 문제도 고민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대응하기가 버거워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0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비중이 7%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던 우리나라는 2018년이면 고령사회(노인비중 14%)가 된다.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가 되기까지 각각 115년, 73년 걸렸지만 우린 18년 만에 돌파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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