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이지만 '북핵+G2 리스크' 관리 필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06 22:01

수정 2016.01.06 22:01

北 핵실험 경제 여파는
S&P 등 국제신용평가사 "신용등급 큰 영향 없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증시는 잠시 출렁였지만 이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0포인트 하락한 1925.43을,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0포인트 오른 687.27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0원 상승한 1197.90원을 기록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증시는 잠시 출렁였지만 이내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10포인트 하락한 1925.43을,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0포인트 오른 687.27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0원 상승한 1197.90원을 기록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중국 경기불안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6일 북한의 수소탄 도발이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 턱밑까지 급등했다. 과거 1.2.3차 북한 핵실험 강행 등의 '학습효과'로 북한 단일 이슈만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일회적.제한적일 수 있으나 최근과 같이 주요 2개국(G2, 미.중) 리스크로 금융시장이 취약한 상황에선 '트리플 악재'로 폭발력을 가질 수 있어 정부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위안화 약세로 인한 원화 동반약세로 달러당 1190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이후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북한의 수소탄 실험 소식이 타전되자 추가적 상승세를 나타내며 전일 종가 대비 9.9원 오른 1197.9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이미 원화 약세가 예상된 상황에서 북한 수소탄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당국의 미세조정에 대한 기대감 속에 일단 1200원에서 강하게 저지선이 형성되고 있으나 중국 증시급락 사태로 지난 4일 15.2원 급등한 데 이어 이날 또다시 10원 가까이 오르면서 추가적인 위안화 약세나 돌출악재가 터질 경우 1200원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코스피는 북한의 수소탄 도발 감행 직후인 오전 11시45분께 1911.61까지 하락했다가 이후 1925.43까지 회복했다.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이지만 '북핵+G2 리스크' 관리 필요


■北, G2리스크에 기름 붓는 격

전반적으로 북한 이슈만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과거 2006년 10월 1차 북한 핵실험 때만 해도 핵실험 당일 코스피는 33포인트나 급락했다. 핵실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까지 약 5거래일이 걸렸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는 3거래일간 42포인트 하락했으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6거래일이 소요됐다. 당시 환율은 3거래일간 22원 상승했으며, 상승분을 반납하기까지 3거래일이 걸렸다. 2013년 3차 핵실험 때부터는 주식.환율시장이 다소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핵실험 당일 외국인은 되레 135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코스피 하락을 방어했다. 환율 역시 오르기는커녕 2.7원 하락했다. 과거 수차례 겪은 북한 재료에 대한 학습효과 탓에 시장의 동요가 크지 않고 회복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 올해 미국의 추가적 금리인상이 예고된 데다 연일 이어지는 중국 증시급락, 위안화 가치 하락 등 중국발 악재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의 첫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극도로 예민해졌던 지난해 8월 21일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증시급락, 북한의 포격 도발 등 3개 악재가 겹치면서 "북한발 악재가 '단기적이며 제한적'"이라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1870선으로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약 4년 만에 달러당 1200원 가까이로 치솟았다. 외국인은 12일 연속 팔자 행진을 했으며, 개인투자자마저 5000억원대 '매물폭탄'을 떨어뜨렸다.

과거 행태로 볼 때 북한은 연초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 등을 빌미로 대략 1.4분기까지는 긴장의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최근 중국 경기하강과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단행되는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까지 가세한다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 외로 커질 수 있다.

■경제부총리.1차관은 공석… '긴급점검회의'

기획재정부는 경제부총리, 금융시장을 담당하는 1차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날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북한관련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시장상황을 점검했다.

정 부위원장은 "과거 미사일 발사, 핵보유 선언 등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영향은 일시적·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일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무디스는 2003년 북핵을 이유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신평사 중 북한 리스크를 가장 민감하게 보는 곳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 S&P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지정학적 긴장과 안보 리스크도 현재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수준 이상으로 고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다만 "북한 정권의 행보가 예측 불가능하고 외부에 알려진 정보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국가 신용등급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지정학적 리스크인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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