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차장칼럼] 작심삼일과 상생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0 16:52

수정 2016.01.11 13:44

[차장칼럼] 작심삼일과 상생

상생은 작심삼일이 되어선 안된다. 노자사상의 하나인 상생은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으로, 많은 미래학자들은 상생의 원리가 미래 인류를 이끌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새해, 작심삼일로 벌써부터 계획이 틀어진 이들도 있고, 설날부터가 진짜 새해라며 굳건히 잡았던 마음가짐을 벌써부터 놓아버린 이들도 있다. 참 쉽지 않은 게 새해 목표다. 어찌됐든 우리 모두의 올해 소원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건강이든 금전이든 명예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나 혼자만 행복해서 과연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인간, 즉 사람들과의 관계(사이)를 통해서 성장하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조선, 철강을 비롯해 정보기술(IT) 분야까지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으로 인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저성장.저유가 등 힘겨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기만 살겠다고 중소.중견기업들에 상식 이하의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를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터무니없이 높은 입점수수료를 요구한다면, 과연 행복할까·

물론 당장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기업들이 모두 고사되고 나면 결과적으로 더 비싼 소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사와야 할 것이고, 대형 유통센터엔 텅빈 매점들로 가득할 것이다. 순간의 행복이 폐업의 지름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려워진 경제상황에서 상생과 동반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상생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더욱 키우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 개발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생과 동반성장의 중심에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새로 생기는 운영국장 자리를 두고도 말이 많다. 초대 위원장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후의 인물들을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엔 친 대기업 성향의 인물이 동반위 운영국장으로 내정될 것이란 루머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차라리 무용지물인 동반위를 없애자는 극단의 목소리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는 해법이 아니다.
동반위 사무국장 자리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에 대한 올바른 안목을 가진 적임자가 되어야 마땅한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적합한 인물을 모색하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새해의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말아야 하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 역시 작심삼일이 되어서 안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상생 정신을 통해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해야만 대한민국이 비로소 진정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란 점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다시 상기해보는 새해 벽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yutoo@fnnews.com 최영희 산업2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