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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스펙 중심 공채시스템 개혁해야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1 17:11

수정 2016.01.11 17:11

[fn논단] 스펙 중심 공채시스템 개혁해야

21세기 현대사회는 변화 속도가 20세기와는 달리 혁신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라디오가 발명되고, 5000만명의 사용자가 되기까지 38년이 걸렸으나 21세기 들어 페이스북이 출시되고 1억명의 사용자가 되기까지 불과 9개월이 소요됐다.

세기가 바뀌면서 인구증가를 감안할 때 소비확산 속도가 약 50배 빨라진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정부·국회·기업·학교 등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이다. 성공적인 개혁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퇴보하고 불행해진다는 인식이다.
변화의 인식은 바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한국 사회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순서가 있으며 무엇보다 인재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 기업의 채용시스템 변화가 우선 실행돼야 한다. 우리의 인재 채용은 1957년 삼성물산의 대졸 신입 공채를 시작으로 이 같은 채용시스템이 아직 한국 사회 채용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단 스펙이 우수한 인재의 우선 확보를 통해 거대 조직에서 필요 업무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일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정신에 맞게 스펙 중심의 졸업 시즌 공채에서 탈피, 직무 중심의 수시 맞춤형 인재 채용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채용 주체가 인사팀이 아닌 현업 부서가 되고, 시험에 의한 피상적 채용이 아닌 실무 심층 검증에 의한 채용으로 바뀌면 신입 사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부적응에 의한 조기 이직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공채의 경우 스펙·연령·잠재력을 중시하게 되지만 수시 채용에선 전공·경력·직무수행 능력.적응력.전문성이 중시된다. 잠재적이고 범용형 역량이 중요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전문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신속히 키우는 데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게 된다.

이 같은 흐름이 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될수록 한국의 노동시장과 취업문화도 혁명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정 대기업에 처음부터 입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특정 업무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게 된다.

'취업 절벽'에 내몰린 대학생들은 입학 초기부터 대기업 입사를 위해 스펙 쌓기에 매달리기보다는 본인 능력과 흥미를 좇아 직무를 조기에 찾고 준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현대에 요구되는 융합적이고 다양한 소양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대학도 융합형의 창의적 인재 육성으로 교육목표가 수정될 수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직무·경력·전문성에 따라 타 회사로 이직이 용이해지고 노동시장의 인력 수급도 유연해지게 된다.

이 같은 직무중심의 인재형은 결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든든한 기반이 된다. 또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대기업 선호에 따른 중소기업 기피의 불균형도 서서히 깨질 것이다.
직무 중심의 채용은 취업준비생들로 하여금 장기적인 스펙 쌓기에 소모적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조기에 본인 적성에 맞는 직무를 배울 중소기업에 우선 취업해 역량을 키우고 경험을 쌓아 점진적으로 유연하게 인생의 경력을 발전시켜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 인재상의 빠른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채용시스템의 개혁은 한국 사회의 복잡.난해한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누구보다 대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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