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해 희망을 여는 사람들] "버티면 기회 온다".. '창업 정글'서 살아남은 청년 기업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1 17:43

수정 2016.01.11 17:43

피치트리 전필선·김동준
창업공간 제공 5호점 눈앞 "신념만 확고하다면 성공"
매드스퀘어 안준희
동영상 플랫폼 '스낵' 출시 "성공보다 실패서 배운다"
매드스퀘어 안준희 대표
매드스퀘어 안준희 대표


피치트리 운영진. 개발자 배진환군, 전필선 대표, 김동준 공동대표(왼쪽부터).
피치트리 운영진. 개발자 배진환군, 전필선 대표, 김동준 공동대표(왼쪽부터).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주어진 자원과 상관없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 경영학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히는 하워드 스티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업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창업자를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흔히 스타트업 하면 '자기주도' '자유' '열정' '도전'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모두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혹은 알리바바의 마윈이 될 순 없다. 이들이 처음부터 여유로운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끊임없이 부딪히고, 넘어지며 얻은 귀한 교훈들이 오늘의 위대한 창업자들을 만들었다. 새해를 맞아 '피치트리' '매드스퀘어' 두 개 스타트업 대표의 즐거운 도전을 엿봤다.
이들은 "경험만큼 좋은 것이 없더라"라는 말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희망찬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초기 어려움을 이기고 생존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피치트리'는 초기창업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창업공간을 제공한다.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공간'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60여명이 제각각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유난히 앳된 얼굴이 눈에 띄었다. 피치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고등학생 배진환씨(19)는 "스타트업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얘기하든지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면서 "이 일을 한다고 하니 처음엔 반대하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전적으로 응원해주신다"며 수줍게 웃었다.

회계사였던 전필선 피치트리 대표(29)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지루하다고 여기던 중 "뭘 좋아하느냐"던 할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피치트리 창업을 결심했다.

전 대표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알아보다 창업 인큐베이터를 알게 됐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창업 인큐베이터가 별로 없더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속된 말로 '파리 날리던' 사무실이었다. 지금은 회원이 60명까지 늘었다. 창업자가 마음껏 꿈을 실현시키는 공간으로 피치트리를 키우는 것이 전 대표의 꿈이다. 그는 "이제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고 5호점까지 내는 것이 새해 목표"라고 소개했다.

새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전 대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면서 "신념만 확고하다면 불가능할 게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김동준 공동대표(29)는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버티기'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장기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식이 내리면 언젠가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좋고, 주식이 오르면 수익이 생기니 좋다는 말이 있다"면서 "힘든 때일수록 좋은 일을 생각하면서 버티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도전을 앞둔 모든 이들을 응원했다.

■실패 용인하는 문화 자리잡아야

지난해 12월 23일 찾은 매드스퀘어 사무실은 흡사 카페와 같았다. 서울 강남구 신사역 근처에 위치한 이곳에는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직원이 자유롭게 앉아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매드스퀘어는 동영상 유통 플랫폼 사업을 하는 회사다. 최근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전용플랫폼 '스낵' 서비스를 출시했다.

안준희 대표(34)는 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경직된 조직문화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갖고 그의 첫 스타트업 '핸드스튜디오'를 차렸다. 그는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이 회사에서 6년을 일한 뒤 2014년 용기를 내 독자적으로 매드스퀘어를 창업했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두 번이나 창업을 시도한 그를 주변 사람들은 '도전의 상징'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만나 본 안 대표는 도전을 즐길 뿐만 아니라 도전 이후에 들이닥치는 실패에도 관대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타트업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성공보다 기존의 문화나 산업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상징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하루를 능동적으로 살 수 있다는 점은 안 대표가 꼽은 스타트업의 장점이다. 안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문제라고 생각하면 일단 회사를 차린다.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일단 시작한다"면서 "직접 들어와 두 발을 (물에) 담가야만 답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쉬운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점이라고 했다. 창업을 장려하는 것과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안 대표는 "희망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삶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처지의 젊은이들을 막연히 위로하기보다 청년 창업기업들이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직접 보여주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김가희 김현 신현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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