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 인사동·삼청동 찾는 외국인 발길 점점 뜸해진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2 17:28

수정 2016.01.12 18:14

'한국의 멋' 간직한 기념품 찾기 힘들어 외국인 불만
中국적도 상당수… 1500만 외국인관광객 유치 민낯
한국 전통의 멋이 사라진 서울 삼청동에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12일 백인 여성 관광객 2명이 삼청동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 전통의 멋이 사라진 서울 삼청동에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12일 백인 여성 관광객 2명이 삼청동을 둘러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15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이들이 우리나라의 고유 전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될까.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접하는 문화는 외색으로 뒤덮인 번화가와 한국 전통 기념품으로 둔갑한 저가 외국산 제품으로 멍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파이낸셜뉴스는 2차례에 걸쳐 한국 관광문화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코리안 쥬얼리 박스! 메이드인 코리아. 핸드메이드! 피프티파이브, 오케이?"

12일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에서 기념품을 판매하던 상인이 기자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착각, 상품 흥정에 들어갔다. 상인들은 눈물이 찔끔 날만큼 추운 날씨에 관광객 발길이 뜸하자 눈길만 마주쳐도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한국상품이 맞느냐는 질문에 "확실하다"고 답했지만 젓가락, 복주머니, 손지갑 등 어디서도 제조 국가나 제조업체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제조국가·업체 불분명한 기념품

남대문시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국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노점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매장은 제조 공방이, 상자에는 제조업체명이 기재돼 있기도 하지만 일부에 불과했다. 관광객들은 노점에서 판매되는 상당수 제품의 경우 오로지 상인의 말을 믿고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관광안내사는 "노점에서 판매되는 기념품 중에는 중국산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카이팅저우씨(30·여)는 "면세점서 판매하는 한국산 인증 전통기념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남대문에서 가족 선물을 주로 산다"며 "저렴해서 손이 가지만 제조국조차 모르고 구입하는 제품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남대문 시장을 찾은 영국인 조슈아씨는 "25유로(약 3만2000원)에 소주잔 세트를 구매했고 추가로 스테인레스 젓가락도 샀다"며 "남대문시장은 흥정이 가능해 재미도 있지만 적절한 가격에 구매하려면 여러 곳을 둘러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인사동은 남대문시장보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인사동은 패션 관련 상품 쇼핑을 위해 찾는 명동·동대문과 달리 한국적인 멋스러움을 찾는 외국인이 많았다.

이들은 작은 공방에서 제작하는 기념품을 비롯해 도장, 차, 황토 제품 등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인사동에서도 공방서 판매되는 각종 공예품을 제외한 나머지 복주머니, 자개함, 부채, 젓가락 등은 남대문 시장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체나 제조국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상황은 N서울타워도 마찬가지였다. N서울타워 1층 기념품샵에는 N서울타워의 모습을 형상화한 열쇠고리, 공책 등의 특화된 기념품을 제외하면 원산지 표기가 되지 않거나 중국산 제품이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요 중국산 제품은 미니블럭으로 만든 인형, 장난감 로봇, 캐릭터 손난로, 인형류였다.

서울 남대문 시장은 제조업체 및 제조국가를 표기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 제품 포장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여 국산인 것처럼 판매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 시장은 제조업체 및 제조국가를 표기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 제품 포장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여 국산인 것처럼 판매하고 있다.

■전통 찾아가던 삼청동도 뜸해

종로구 삼청동은 수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 상권 자체가 변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한국 전통색이 강하던 삼청동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 한옥집을 개조한 로드숍 화장품 매장부터 YG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화장품업체 문샷 등 국내 뷰티업체들이 앞다퉈 들어섰다.

그러나 이날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커피숍 스타벅스와 외국계 쥬얼리 스와로브스키 매장에서도 내국인들만 가득했다.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변했지만 한국적인 멋을 찾아 삼청동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뜸해지고 있다. 대신 여가를 위해 찾은 젊은 내국인들로 북적였다. 한국적인 상품을 판매하던 공방 및 매장은 대부분 액세서리숍이나 보세숍으로 바뀐 탓이다.

삼청동 파출소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자 식혜와 호떡을 파는 가게 두 곳을 제외하고는 피규어샵, 액세서리샵, 보세숍, 커피숍 등이 영업중이었다.
액세서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목도리, 장갑, 수면양말 등은 모두 중국산이었다. 보세숍과 액세서리숍을 지나던 백인 여성 두명은 가판에 진열된 중국산 장갑과 목도리를 힐끗 보곤 가던 길을 재촉했다.


삼청동에서 액세서리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에 비하면 고객이 늘었지만 현재는 중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이 훨씬 많은 편"이라며 "과거 단체 중국인 관광객의 경우 현금은 5만원권만 소지했기 때문에 손님 한 명당 매출이 5만원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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