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 전통 찾아 왔더니..](하)한국 식도락 거리 홍대·강남엔 외국식당뿐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3 17:32

수정 2016.01.13 22:24

일식당만 가득.. 대장금 기대한 외국인 당황
홍대 한식주점은 3곳뿐
이자카야는 113곳 달해
한식집 상대적 가격 비싸
강남지역은 기피대상으로
서울 홍대 일대와 강남이 외국인들의 신도락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나 서양식 레스토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강남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자카야.
서울 홍대 일대와 강남이 외국인들의 신도락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일본식 주점인 이자카야나 서양식 레스토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강남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자카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홍대, 강남 일대에서 한국적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한 건물에 최소 한 곳은 일본식 식당이나 주점이 입점, 밤이 되면 일본어가 큼지막하게 박힌 홍등(紅燈)으로 가득해진다. 건물 전체 외관부터 실내까지 모두 일본식으로 만든 집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식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유럽의 음식문화가 홍대, 강남을 점령하면서 거리 간판을 보면 국적불명의 지역이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국식 주점들도 내부 인테리어나 요리, 간판을 '외색' 짙게 바꾸는 추세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의 드라마 '대장금' 열풍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한식'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한 서울 홍대와 강남은 식도락 여행의 중심지가 됐다.

눈으로 한국을 느끼는 관광은 경복궁과 남산한옥마을, 인사동, 북촌 등이고 쇼핑 관광을 명동에서 한다면 음식 관광은 홍대와 강남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홍대와 강남의 식당 대다수가 일본식이거나 서양식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대장금에 열광해 식도락 여행을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홍대 한식주점은 고작 3곳?

13일 빅데이터 맛집 검색 서비스 스타트업 '다이닝코드'에 따르면 홍대 상권에서 민속주점 또는 한식주점으로 분류되는 식당은 3곳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식 주점을 의미하는 이자카야는 113곳에 이른다. 강남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자카야는 336곳이지만 민속.한식주점은 7곳에 그친다.

홍대에서 이자카야가 주로 자리 잡은 지역은 합정역부터 상수역으로 이어지는 거리 인근과 홍대 주차장 골목 등이다. 강남의 경우 CGV 강남점 뒤편에 많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의 이자카야는 내부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건물외관도 일본식 목조건물 형태를 하고 있는 곳이 많아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홍대의 경우 전체 상권에서 이자카야나 일본 콘셉트를 접목한 점포가 60~7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난다. 일본의 대표적 식도락 여행지는 오사카의 '도톤보리'다. 구글맵스를 통해 도톤보리 내 일식당을 검색하면 134곳에 이른다. 한류열풍으로 한식을 찾는 일본인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도톤보리 내 한식당은 5곳에 불과하다.

홍대 주변에 5년째 거주중인 최모씨(32)는 "처음에는 호프집이나 소주를 파는 한국식 주점이 많았으나 지금은 이자카야가 주"라며 "심지어 예전 고깃집이라면 자연스럽게 삼겹살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일본식 화로구이인 야키니꾸"라고 지적했다.

■한식 먹으러 왔는데…

외국인들이 홍대와 강남을 찾는 이유는 한류·한식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마포구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을 방문한 외래관광객 1100만여명 중 651만여명(58%)이 홍대가 위치한 마포를 다녀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외래 관광객들의 주요 방문목적 2위가 식도락 관광(24%)이었다. 1위인 쇼핑 관광과 격차는 2.2%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홍대와 강남을 중심으로 일본식 외식업체, 외국어 간판과 메뉴를 내 건 식당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한식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판얼슌씨(29)는 "한국에서는 일본, 유럽 등 다른나라 식당들이 오히려 눈에 잘 띄고 인기도 많아 보인다"며 "정통 한식집은 한번 방문했지만 찾기 어려웠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싼편이었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남의 경우 한국적 느낌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기피지역이 되는 분위기다.


영국인 데이비드씨는 "강남 인근에 숙소를 잡아 거리를 구경하고 있다"며 "강남스타일이 꼭 전통적인 한국스타일을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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