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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6차산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4 17:12

수정 2016.01.14 17:12

1987년 일본 농협 직원이었던 기무라 오사무는 지역 농가에서 정성들여 키운 돼지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양돈농가를 모아 미에현 이가시에 모쿠모쿠 농장을 설립하고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무라는 소시지가 인기를 끌자 농장 곳곳에 농산물을 이용해 가공품을 만드는 공방을 만들었다. 고객은 관광하듯 모쿠모쿠 농장에 들러 소시지, 빵, 맥주 제조를 체험하고 구매도 하며 숙박도 한다. 모쿠모쿠 농장은 연 50만명의 관광객과 800억원 매출을 자랑하는 일본 최대 농장으로 성장했다. 이것이 6차산업의 효시다.


흔히들 우리 농업의 미래는 6차산업화에 달렸다고 한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칭한다. 농산물을 생산하기만 하던 농가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가공하고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6차산업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재직 시절인 1990년대부터 이를 주창해 '6차산업 전도사'로 불린다.

6차산업은 개념이 그럴듯하고 당위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년반 동안 농업금융, 컨설팅, 수출, 체험관광 등 10개 분야에 219개 지원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농식품부는 지원정책 시행 후 6차산업 창업이 연평균 20% 늘고 인증사업자 매출도 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연구원은 최근 6차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책 만족도가 10점 만점 중 5.8점에 그쳤다며 정책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6차산업에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예컨대 스마트온실, 지능형 축산 등을 통해 농업의 첨단화를 추진하려면 대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 반대다. 100% 수출을 겨냥한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온실재배가 농민의 반발에 무산된 것이 단적인 예다. 농민만 참여하는 6차산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농식품부가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다시 '농업의 6차산업화'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스마트팜 확산, 농산물 종합가공센터 및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농촌관광상품 개발 등 세부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젠 구체적인 성공사례가 제시돼야 할 때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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