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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연공서열적 관행 벗어나야 노동시장 건강성 회복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1.14 17:49

수정 2016.01.14 17:49

[특별기고] 연공서열적 관행 벗어나야 노동시장 건강성 회복한다

우리의 노동시장이 건강성을 잃고 있다. 그리 된지 꽤 오래됐다.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과거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던 노동시장은 저성장에 들어서면서 효력을 상실했다. 벌써 30년 전에 변화가 필요했던 내용이었다.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 몇 차례 개선이 시도되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덜컥 정년 60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년 60세의 법제화는 심각해지고 있는 고령화 시대의 적절한 대안이었지만, 이것이 초래할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거의 마련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리의 노동시장이 건강성을 잃은 주 원인은 연공서열형 계급적 질서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능력을 가지고 같은 일을 하면서 누구는 100만원을 받고 있는데 단지 근속년수가 높다는 이유로 누구는 300만원, 400만원 받는다면 어떠한가? 더 중요한 일을 하면서 성과도 훨씬 많이 내고 있는데 단지 근속년수가 같다는 이유로 똑같이 100만원을 받고 있다면 어떨까? 누가 봐도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우리 노동시장의 현 주소이며 노사정 모두가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음에도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어서 답답할 뿐이다.

연공서열적 계급질서 관행은 한국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업의 진화발전 없이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길은 요원하다. 한국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장시간 근로관행, 불필요한 야근문화, 눈치 보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배경에 연공서열형 인사관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직무중심으로 인사관리의 제도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직무중심은 근속년수, 나이, 직급 보다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직무의 중요성과 난이도를 우선시하는 인사관리다. 학벌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적재적소의 배치가 가능하다. 직무중심의 인사관리가 정착이 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행이 가능해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진다.

변화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있고 그리고 이 때문에 변화를 반대하는 힘이 강해진다. 변화의 필요성이 크면 클수록 두려움도 커지게 마련이다. 개혁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아니 코닥이나 노키아와 같은 기업처럼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구한말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누군가는 강한 리더십으로 변화의 총대를 메어야 한다. 노동시장을 개혁함에 있어 그 누군가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개혁과정에서 다소간의 실패의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류는 벗어나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데까지로 한정해야 한다. 나머지는 시장의 몫이다.
이제라도 시장이 건강성을 회복해서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절망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유규창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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