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개인정보 활용 정책 '환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쓰다 보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그들에게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지난여름에 어디를 다녀왔는지 내비게이션은 다 기억하고 있다. SNS는 친구들 생일을 아침마다 챙겨서 알려주고, 우리 집이 어디인지, 회사가 어디인지도 다 알아 주변 쇼핑센터의 세일 정보를 준다. 포털들은 내가 관심있어 하는 주제의 뉴스들을 용케도 잘 골라준다. 요즘에는 내게 잘 맞을 법 한 이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직업, 취미 등을 나의 인터넷 흔적으로 분석해 그에 맞는 사람까지 추천해 준다고 한다.

"참 신기하고 편한 세상이구나" 싶지만 불현듯 겁도 난다.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내 정보를 모아 나 대신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여행지에 있는 동안 빈 내 집에 들어가 물건을 들고 갈 수도 있어 불안하기도 하다.

맞춤형 서비스, 빅데이터,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같은 어려운 이름의 신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은 늘 뜨거운 논쟁거리다. 사실 편리한 인터넷 세상의 제일 중요한 밑천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다. 다른 사람들이 찾아가본 식당의 경험을 모아 내게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나의 나이와 관심있는 기사의 주제들을 인터넷에 입력해 둔 것이 모여 '40대가 많이 본 뉴스'를 골라주는 것이다.

개인정보 활용 논란을 단순하게 보면, 편리한 인터넷 서비스는 사용하고 싶지만 내 정보는 누군가 모아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산업에서 개인정보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중요한 밑천이다. 개인들의 정보를 모으지 않으면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터넷에서 참 많은 주민번호 유출사고를 겪었다. 사고를 한번 치를 때마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규제가 한덩어리씩 늘어났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이 규정을 다 지키면 인터넷이나 모바일의 맞춤형 서비스는 아예 만들어낼 꿈도 못 꾼다. 빅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유통산업이나 금융상품을 만들 수도 없다.

정부가 개인을 가려낼 수 없는 개인정보는 복잡한 절차 없이 가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그것 없이는 인터넷뿐 아니라 금융, 유통 등 다른 산업도 성장의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족쇄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기로 한 정책에 환영한다. 개인정보를 활용해 신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가 그 결정을 내렸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도 있다.
정책보다 먼저 나왔어야 하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인터넷에 남아 있는 내 정보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점을 찾고 차근히 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사회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자칫 작은 사고가 나더라도 다시 개인정보를 꽁꽁 묶어두자는 요구를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