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대선 두 가지 빅이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빌 클린턴은 이 한마디로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아버지 부시)를 '녹아웃(퇴진)'시켰다.

걸프전쟁을 통해 미국 국민들의 자부심을 하늘 높이 끌어올린 부시였지만 아칸소 시골내기 주지사인 빌 클린턴이 내건 이 캠페인 구호에는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와 같은 경제 구호가 다시 재현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올해 미 대선의 최대 이슈는 이민과 건강보험 두 개혁안이다.

물론 테러와의 전쟁과 북한의 핵 문제, 총기 규제도 올해 대선의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민과 건강보험이야말로 보수와 진보라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는 1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민 문제와 관련,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들 말고 또 있다. 바로 이민법 변호사들이다. 2012년 현재 미 이민변호사협회(AILA)에 소속된 변호사만 1만2000명이 넘는다.

이민개혁법 통과는 지난 수년간 목마르게 기다려온 이민법 변호사들에게는 '대박'이다.

그러나 이민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 역시 불법체류자 추방에서부터 원정출산의 시민권 자동부여 금지에 이르기까지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걸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바이블벨트' 지역 근로자들도 이민법 개혁으로 미 근로자들의 임금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바이블 벨트는 미국 중남부에서 동남부 여러 주에 걸쳐 있는 지역을 말하며, 기독교 근본주의 등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이민개혁법 통과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따라서 올가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이민정책이 결정된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공화당 후보들과 보수파 국민들에게 있어 또 하나의 쟁점은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 가장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개혁법, 일명 '오바마케어'이다.

미 국민들에게 오바마케어는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찬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표면적으로는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미가입 시 벌금을 물어야 하는 '강제성'이 보수 진영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또한 오바마케어 가입이 중산층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공화당은 2010년 오바마케어가 발효된 이후 무려 60차례가 넘게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각종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가장 먼저 오바마케어 폐지를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세를 통해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하는 공화당을 비난하면서 만약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오바마케어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미 대선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선거의 결과는 공약보다는 후보의 카리스마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로널드 레이건과 클린턴,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선거는 다르다.

물론 후보의 비전이나 인간미, 심지어는 외모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지만 2016년 미 대선은 일시적인 캐치프레이즈보다는 이민과 건강보험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이슈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정면승부가 될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