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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칼럼] 러다이트(신기술 반대자)는 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03 16:43

수정 2016.02.03 16:43

심야콜버스·로켓배송에 택시·물류 기득권자 반발
무인차·드론 나오면 어쩔텐가
[이재훈 칼럼] 러다이트(신기술 반대자)는 질 수밖에 없다

심야 전세버스 공유서비스인 '콜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택시 관련단체들은 최근 신문 1면에 콜버스 허가 반대 광고를 잇따라 냈다. 이들은 "콜버스 운행 허용은 버스와 택시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 때문에 두달 전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콜버스랩은 싹을 채 틔우기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1년 전 한국 사업을 확대하려던 공유형 콜택시 서비스업체 우버도 "불법 택시영업"이라는 택시업계의 공격에 철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콜버스는 우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이번엔 경우가 좀 다르다.
신문기자 출신인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심야시간 서울 도심에서 택시의 승차거부가 횡행하는 현실에 착안해 시민들이 택시의 반값에 전세버스를 이용해 귀가하게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콜버스는 자가용 승용차가 아닌 전세버스를 승객이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박 대표는 주장한다. "전세버스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택시업계의 주장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평가가 좋다.

콜버스의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신사업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행정이 사회 혁신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허용을 시사했다. 그러자 택시업계는 다시 들고 일어선 것이다.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혁신적 신기술.신사업이 시장에 등장하기 무섭게 기존 사업자들은 저항한다. 정부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부터 따진다. 본질은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방적기가 등장하자 일자리를 지키겠다며 기계를 때려부순 러다이트가 21세기 한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젊은 창업자들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만든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체 '헤이딜러'는 정부와 국회가 법을 고쳐 오프라인 경매장 없이 온라인 경매를 할 수 없도록 하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과잉규제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는 온라인 중고차경매를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2년 전 선보인 혁신적 배송서비스 '로켓배송'은 국내 유통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적자기업인 쿠팡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를 느낀 택배업체들은 쿠팡에 대해 불법 운송행위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2일 물류협회가 낸 가처분신청은 일단 기각했다. 세계적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배송시스템을 완성해가고 있고, 알리바바도 드넓은 중국 대륙에 일일 배송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유통과 물류의 경계는 이미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에 발목을 잡힌 쿠팡이 이들과 경쟁할 수는 없다.

요즘 창업의 대세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 비즈니스다. 그런데 O2O는 사업의 영역이 불분명한 융복합 비즈니스가 주류를 이룬다. 낡은 잣대로 판단하면 죄다 불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을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택시기사들이 버틸 수가 있을까. 드론 택배가 일상화되면 택배업체들이 할 일이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정부부터 혁신과 신기술.신사업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법에 안 되는 것만 열거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은 왜 안 되고 있는가. 기존 사업자들은 혁신으로 대항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구시대적인 규제와 신기술의 거부에 안주하다간 새로운 시장을 외국기업에 내주고 말 것이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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