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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저널리즘] "허드렛일은 로봇이 대신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일 맡아야"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5 17:32

수정 2016.02.15 22:41

'로봇기자 개발' 서울대 이준환 교수
데이터 기반한 단순 기사, 굳이 기자가 쓸 필요 없어
일자리 뺏길까 걱정하지만 오히려 일자리 늘어나고 삶도 더 윤택하게 만들 것
서울대 이준환 교수
서울대 이준환 교수

"로봇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대신하면서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있겠지만, 로봇으로 인해 진화한 사회는 발빠르게 사람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파이낸셜뉴스를 통해 로봇기자가 등장하면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걱정이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기자를 개발해 낸 국내 연구진은 로봇의 등장이 오히려 사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서울 관악로 서울대학교에서 만난 서울대 이준환 교수는 "로봇기자는 0.1초 만에 팩트에 기반한 기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할 수 있다"며 "단순한 사실을 데이터에 근거해 전달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굳이 고학력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 기자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언론시장에서 존재하고 있는 사람 기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단순히 인터넷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검색어 위주의 기사를 작성하는 일인데, 필요하다면 이런 일은 로봇기자가 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은 허드렛일, 사람은 창의적인 일 해야

이 교수는 국내 최초로 로봇기자가 실제 기사 작성 현장에 투입되도록 시도한 인물이다. 그는 로봇을 통해 증권시장 분석기사를 작성하기에 앞서 프로야구 분야에서 로봇을 통한 기사 작성을 시도해오기도 했다.

로봇기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로봇이 직접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미리 짜놓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맞춰 기사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애초에 필요하다고 지정해 놓은 형식의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교수는 "일반인들은 로봇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데만 관심을 가지지만 로봇기자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있다"며 "많은 양의 데이터가 모일수록 더 정확한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로봇기자는 사람과 근사한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사람이 한 번도 하지 않은 결정은 내리지 못한다"고 그 원리를 설명했다.

이것이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이 교수의 논리다.

■알파고, 창의적 바둑은 못한다

최근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세계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의 바둑 대결에 대해 이 교수는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세기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바둑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상대 선수의 경험을 분석해 최적의 수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알파고의 치명적인 맹점이 있는데, 학습되지 않은 수는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창의적 바둑을 구현하지는 못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로봇은 사람이 하기 싫거나 할 수 없는 허드렛일을 대신하고, 그 일을 로봇이 하는 동안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 존재라는 게 로봇기자의 아버지인 이춘환 교수의 논리다.

■지금 아이들은 알고리즘과 경쟁하는 법 가르쳐야

로봇의 대중화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결국 '교육'이다.

이 교수는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우리가 배우지 않았던 알고리즘과 경쟁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대학교 교육 과정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없던 신문방송학 수업에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이 필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으며, 사회도 점점 이런 교육을 받은 인재를 원하며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봇 알고리즘을 우리보다 먼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가'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실정이다. 그는 이어 "이미 최근 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이라며 "학계에서도 커리큘럼 위원회를 구성해 신문방송과 같은 인문학에 어떻게 컴퓨터공학, 통계 등의 기술적인 학문을 접목할지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로봇, 재난 예측-맞춤형 정보 제공비서로 키울 것

이 교수는 로봇 알고리즘을 저널리즘 영역 외에 지진, 침수, 화재 등 재난정보를 예측해 사람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도록 하는 데 확대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대한 통계를 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자연재해나 성범죄자 위치정보 확인 등 분석이 가능한 내용이 담긴 다양한 사회 분야로 확대하는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로봇 알고리즘을 확대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알고리즘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개인화"라며 "삼성전자 주식을 산 사람은 삼성전자 정보가 필요하듯 사람들마다 필요한 정보는 제각각이다.
더 많은 정보를 모아 최적화를 통해 개인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서울대 이준환 교수 ■약력 △㈜네오위즈 랩·네오위즈 인터넷 CIO, 모바일 사업본부장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과학대, 휴먼컴퓨터 상호작용 박사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대학원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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