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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세계경제 비정상적인 뉴노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19 17:33

수정 2016.02.19 17:33

[세계 석학에 듣는다] 세계경제 비정상적인 뉴노멀

연초 이후 세계 경제는 주식과 기타 위험자산 가격 급락으로 두드러지는 또 한 차례 심각한 시장변동성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과 맞물린 미 경제성장 둔화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 고조에 따른 공포, 그리고 유가와 상품가격 폭락으로 극명히 드러나는 심각한 세계 수요 둔화 등이 그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유가 하락은 심각한 신용 이벤트(채무불이행)와 신용시장의 시스템 위기에 대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거기에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유럽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한편 대륙 전반에 걸친 좌.우익 포퓰리스트 정당의 기반 다지기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2016년 세계 경제는 성장, 경제정책,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그리고 주요 자산 가격과 금융시장 행태 등의 관점에서 계속해서 '비정상적인 뉴노멀(New Abnormal)'의 특징을 보일 것이다.

그럼 오늘 세계 경제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첫째, 민간.공공부문 채무 부담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 자본지출을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불확실성들로 인한 선진국과 신흥시장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더욱이 상당수 기술혁신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고, 구조조정 속도는 여전히 더디며, 경기순환상 둔화세가 길어지면서 숙련기술 베이스와 유형 자본이 잠식되고 있다.

둘째, 실질성장이 빈혈상태인 데다 잠재성장률 추세를 밑돌고 있다. 미국부터 시작해 유럽을 거쳐 지금은 부채비율이 높은 신흥시장이 고통스러운 채무 부담 축소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셋째, 경제정책 특히 통화정책이 점점 비전통적이 돼가고 있다. 10년 전 ZIRP(제로금리정책), QE(양적완화), CE(신용완화), FG(선제적안내), NDR(마이너스 예금금리) UFXInt(본원통화.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태화외환시장개입) 같은 용어를 들어본 이가 있나? 없다. 그때는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들이 최선진국, 심지어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표준이 됐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중앙은행의 통화팽창과 결합해 법정통화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하이퍼인플레이션이 아니라면), 급속한 장기 금리상승, 미 달러가치 붕괴, 금과 기타 상품가격 급등, 기반이 취약해진 법정통화가 비트코인 같은 전자화폐로 대체될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넷째,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의 비전통적인 정책과 통화팽창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낮고 하락하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의 과제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막는 것, 또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동시에 장기 금리는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했고, 달러가치는 올랐으며, 금과 상품가격은 급락했다.

그리고 지금 경기가 급등락한 국가들의 집값 폭락에 이어 석유, 에너지, 기타 상품 가격이 붕괴되고 있다. 이를 다섯번째 비정상적인 뉴노멀로 부르자.

최근 시장 변동으로 인해 QE가 형성한 글로벌 자산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선진국과 신흥시장 실물경제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금융시장은 중앙은행들의 추가완화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의 분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분화는 마지막 비정상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관점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동, 유럽의 자아 위기, 아시아 긴장 고조, 더 호전적인 러시아 등 점증하는 지정학적 위험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같은 -시장이 실물경제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위험도 저평가하는-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가능한가.

성장,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자산가격의 비정상적인 뉴노멀이 도래했다. 편안히 즐기시라. 한동안 우리와 함께 할테니.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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