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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말라가는 美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구조조정 '칼바람'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2 17:43

수정 2016.02.22 17:43

작년 4분기 투자 171억弗.. 최근 5개 분기 중 최저치
우버 등 덩치 키우기 몰두.. 수익구조는 부실 경고음
투자자들 인내심도 바닥.. 공모가보다 몸값도 낮춰
자금줄 말라가는 美 스타트업.. 실리콘밸리 구조조정 '칼바람'

한때 모험과 혁신 벤처기업의 산실로 불리던 미국 실리콘밸리가 냉혹한 구조조정 칼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밀물처럼 밀려들었던 투자자본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미처 대응하지 못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이 앞다퉈 체질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신문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들이 감원과 신주 발행 등으로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4.4분기 미국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투자액은 171억3000만달러(약 21조1384억원)로 최근 5개 분기 가운데 가장 적었다.

■자금유입 말라붙어 경영난 확산

우버나 스냅챗 같은 IT 스타트업들은 일반적으로 이익 창출보다는 규모 확대에 몰두하고 있어 수익구조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캐나다 IT매체 베타키트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연간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자금조달 능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비상장사인 우버는 현재 10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손실에도 공격적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이렇게 끊임없이 흘러드는 자금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자금이 말라붙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스타트업 주가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기업공개(IPO)에 나선 미국 IT 스타트업 48곳 가운데 35곳의 주가는 현재 최초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중간값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75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60%나 급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치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인 포스퀘어,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 웹사이트 로그인 간소화서비스 업체 잰레인 등은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하며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시지 앱을 만드는 탱고미는 지난주 인력 20% 축소를 발표했고 온라인 데이트 주선 업체인 주스크는 지난달에 40명을 해고했다. 온라인 가상 스포츠 운영업체 드래프트킹스는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기존 주주를 상대로 이자율 5%로 채권을 발행해 약 1억달러를 조달했다.

■경기둔화가 투자자 지갑 닫아

이처럼 실리콘밸리에 갑작스레 돈줄이 마른 이유는 투자자들의 초조함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들이 모은 투자자금은 약 600억달러로 2013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LAT는 투자자 사이에서 국제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마저 하락세를 보이자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더 이상 투자기업의 빠른 성장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재정계획을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미국 클라우드펀딩 업체인 패치오브랜드의 제이슨 프리튼 CEO는 "과거 벤처투자에서는 수익성을 언급하는 것을 꺼렸는데 이는 투자기업이 (당분간)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 수익성은 투자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스타트업들도 IPO를 미루려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 증시에서는 201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단 한 건의 IPO도 열리지 않았다.
LAT는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를 회수하는 부분이 IPO라며 투자심리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는 지금 같은 투자 악순환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지난 5일 페이스북,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의 주가가 폭락한 점을 두고 비상장 IT 스타트업과 상장기업 간의 주가 차이가 갈수록 줄어 IPO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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