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 '반도체 굴기' 위축.. 한국엔 아직 위협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4 17:15

수정 2016.02.24 21:52

칭화유니그룹 '美샌디스크 인수' 포기
美 승인 가능성 낮자 먼저 포기 선언한 듯 中반도체산업 육성 위해 다른 M&A 가능성 여전
中 '반도체 굴기' 위축.. 한국엔 아직 위협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던 중국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인수 실패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굴기를 이끄는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 유니스플렌더가 미국의 데이터저장업체인 웨스턴디지털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키로 했다.

앞서, 작년 9월 칭화유니그룹은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38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어 웨스턴디지털은 작년 10월 칭화유니그룹의 인수자금을 포함한 190억달러(23조원)를 들여 세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3위 제조사인 샌디스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이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는 방식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나아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도 많았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날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양사의 거래를 조사하겠다고 결정하자 웨스턴디지털과의 합의를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 당국이 국가첨단산업 보호 차원에서 샌디스크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칭화유니그룹이 먼저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론, 최근 2년새 웨스턴디지털 주가가 58%나 떨어지면서 양사가 합의한 지분 인수가격에 대해 중국측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인수 철회에도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는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다. 다만, 웨스턴디지털은 칭화유니그룹의 합의 파기로 샌디스크 인수 금액 조달 방법을 변경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게 숙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2위인 국내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장악한 D램 분야와 달리 절대강자가 없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건 다행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단기간에 집중 육성하기 위해 전방위로 기업인수합병(M&A)에 나서는 중국의 야망이 결코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브스 등 일부 외신들은 웨스턴디지털의 인수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