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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절벽 부딪힌 통신산업] 美·유럽 잇따라 규제 푸는데 한국은 통신비 인하 정책 집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8 17:10

수정 2016.02.28 21:44

업계 투자 여력 줄어들자 각국 활성화 정책 내놔
韓, 산업 주도권 뺏길수도
[성장절벽 부딪힌 통신산업] 美·유럽 잇따라 규제 푸는데 한국은 통신비 인하 정책 집착

전 세계 통신업계가 성장절벽에 부딪혀 통신요금 인상, 투자 축소 등 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통신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정부가 일제히 통신규제를 완화하고 나섰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초연결사회를 앞두고 5세대(5G)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세계 주요국가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과거 급성장 시대에 만들어진 통신규제정책을 고수, 통신비 인하를 위한 규제정책에만 매몰되고 있어 자칫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주도권을 미국과 유럽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통신 선진국들이 통신산업의 역성장 기조를 탈피하겠다며 통신산업 규제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이통산업 수익 개선 정책

미국은 단말 보조금 폐지, 가입비 부활, 데이터 요금 인상 등 통신산업 수익성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이동통신사들의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이동통신 회사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통사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NPB)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 예산 약 26조원(240억달러)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2012년 6월에는 대통령령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모든 도로와 대지, 건물 등을 통신사에 저렴하게 임대해주도록 의무화했다.

■EU, 활성화정책으로 전환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유럽도 최근 정책기조를 경쟁 활성화에서 투자촉진을 위한 경쟁력 강화로 전환했다. 유럽 주요 이동통신 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투자 여력이 줄어들자 유럽연합(EU)은 지난해 5월에 EU 내 ICT시장 규제장벽을 허물고 28개국의 단일시장화를 추진하는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EU의 진흥정책은 △EU 단일 면허제도 도입 △적정한 주파수 대가 유도 △차세대망 도매요금 규제 조건부 유예 등 통신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그동안 비싸게 파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가를 적정가격으로 낮추고, EU 회원국들 간에 단일면허제를 도입해 통신사업자들의 영업구역을 넓혀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EU는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에서 뒤진 이동통신 경쟁력을 5세대(5G) 시대에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한국, 통신 규제정책 새판 짜야

해외 주요국가들이 잇따라 통신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는 이유는 통신망이 경제성장, 혁신,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쟁력의 기반인데 최근 급속히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단순 요금인하, 비싼 주파수 대가 책정 등 과거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통신 규제정책의 전면적인 새판 짜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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