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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체국 예금·국민연금이 눈먼 돈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2.29 16:49

수정 2016.02.29 16:49

10%대 신용대출 공약 나와.. 국민 재산 손실엔 '나몰라라'
4.13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당의 복지공약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는 유난히 국민연금이나 우체국 예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복지 공약이 많다. 각 당은 이들 자금을 정부의 쌈짓돈이나 눈먼 돈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연금.우체국 예금은 온 국민이 알뜰살뜰 아껴서 부은 소중한 재산이며 정치권이나 정부가 함부로 넘봐서는 안되는 돈이다.이것을 재원으로 하겠다는 복지공약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엊그제 60조원 규모의 우체국 예금.보험을 활용해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에게 1인당 2000만원 한도에서 10%대 신용대출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더민주가 앞세운 '더불어성장론'을 구체화한 첫번째 정책공약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더민주는 보증보험을 통해 위험을 헤지(제거)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받아 마땅하다. 어차피 7~9등급의 저신용자들은 대출상환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10%대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해주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우체국은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탓에 신용도 평가 역량이 떨어져 중금리 대출 업무를 바로 맡는 것은 무리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달에 은행, 저축은행을 상대로 하는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굳이 우체국이 가세해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우체국 예금은 고객이 정부의 안정성을 믿고 맡긴 돈이다. 이런 돈을 이처럼 위험성 높은 곳에 투입해서는 안된다.

국민연금에 비하면 우체국 예금은 그래도 양반이다. 야권은 국민연금을 동네북 취급하고 있다. 더민주는 국민연금에서 10조원을 꺼내 다세대.다가구 주택 5만 가구를 매입, 청년 15만명에게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더민주는 최근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방안 토론회'를 열어 공공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등 공공시설에 국민연금을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당도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35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공공주택특별법(컴백홈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사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100만 가입자의 노후생계를 짊어진 국민연금을 정치권이 제멋대로 뜯어먹겠다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국민연금이나 우체국 예금은 국가 재정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이다.
정치권이 포퓰리즘 망령에 사로잡혀 섣불리 손대다가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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