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세부 가이드라인 없어 중개업체 분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1 17:13

수정 2016.03.01 22:29

P2P대출시장과 혼재돼 불완전 판매 구분 불명확
가이드라인 문의해도 금투협·금융위·금감원 등 서로 확인 미루며 답 없어
#. 온라인소액투자 중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대표는 고민이 많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하기 위한 홍보 차원에서 투자광고를 준비하고 있지만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애로사항이 크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를 통해 자금 모집에 나서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여는 것이 투자광고와 관련된 규제에 속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B대표는 "금융투자협회에선 금융당국에 문의하라고 하고 금융위원회는 감독사항이니 금융감독원에, 금융감독원은 또 진두지휘하는 곳이 금융위원회니 그곳에 문의하라는 답만 해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B대표는 어쩔 수 없이 여타 업체들이 외부 홍보활동으로 삼고 있는 업계 기준선에 맞춰 대외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세부 가이드라인 없어 중개업체 분통


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제도화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유치가 필요한 초기기업과 해당 기업에 투자를 원하는 대중을 상호 연결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업계는 물론 당국 역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소액중개업체 운영상 필요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로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의 경우 공시 의무가 없다보니 기업 상황을 파악할 정보를 수집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특히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인 P2P(개인간) 대출과 증권형 시장이 혼재돼 있어 불완전판매나 유사수신업체를 구분하기가 불명확해졌다는 지적이다.

■물음표만 많아진 크라우드펀딩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제화를 통해 지난 1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과 기대감을 표하는 분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한 달여 동안 펀딩에 나선 32개 기업 중 10개 기업 정도가 모집 목표액을 80% 이상 넘기는 등 펀딩에 성공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초반 시장임을 감안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업계 평가인 반면 일각에선 "신생 플랫폼에 대한 금융권, 당국,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에 비해 초반 기세가 반짝하고 사라질 위험도 적지 않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적잖다.

여기엔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중개업체가 실무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당국의 규제가 모호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 투자광고에 관련된 규제로 당국은 '투자 권유로 비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발행기업(정식 중개업체)에 대해선 해당 플랫폼 내 광고만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제화되지 않은 P2P 대출시장 내 광고가 문어발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들 역시 대외 홍보기준과 마케팅 수단 등을 결정하는 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례로 지하철 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광고는 불법인 게 정식 규정이지만 제도권 밖 시장에 머물고 있는 P2P 대출과 혼재된 상황에서 당국조차도 '일단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는 선에서 운영을 해보라'는 추상적이고 구두적 지침만 중개업체들에 제시하고 있어 난해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보호.시장활성화 딜레마

아직까지 크라우드펀딩의 개념이 생소하다는 점에서 당국 내부적으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라는 양 날개를 곧게 펼 만한 기준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시작된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P2P 대출시장이 선제적으로 도입됐지만 모험자본 육성을 위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제도화하는 작업이 우선시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P2P 대출시장 정비 없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법제화함에 따라 상충되는 영업규제가 적지 않다"며 "아직 시장이 초기지만 증권형 대비 대출형이 더 가파른 속도로 급성장한다는 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C대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제시돼야 할 기준점과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도출되는 가이드라인이 별개 사안으로 제시되는 느낌이 많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시소게임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적지 않은 혼선을 빚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입장에선 △액티브-엑스(Acitve-X) 문제에 따른 다양한 웹브라우저 사용 한계 △ 크라우드펀딩 발행 증권 거래시장 미흡 △대외광고 관련 세부규정 전무 △낮은 수익구조 탈피 위한 협업 가능 네트워크 기준 등을 거론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선 △비대면 실명인증 과정의 복잡함 △기업에 대한 적절한 공정가격 산정 난해 △정량적.정성적 기업 정보 수집 한계 △중간 회수시장 미흡 △유사수신업체와의 혼용 우려 △사후관리 체계 미흡 △한정된 거래 가능 시간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야 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참여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공개 풀을 활성화하고, 중간 회수시장을 장려하는 방안 등을 통한 투자 안전망 확충과 함께 시장 정착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