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졸업식장에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6:41

수정 2016.03.03 16:41

[여의나루] 졸업식장에서

졸업과 입학의 계절이다. 이맘때면 해마다 새내기들은 입학을 하고 재학생들은 진급과 졸업을 하게 된다. 새로 더 높은 배움의 과정을 시작하는 새내기들을 보면서, 또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생활전선으로 뛰어드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다. 취직이 어려워 일부러 졸업을 미루고 소위 스펙 쌓기에 바쁜 학생들이 상당수 있고, 졸업을 하고서도 취직이 어려워 임시직 일을 전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요즘 졸업생은 고민이 많다.

최근 대학 졸업식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학부형이나 하객으로서가 아니라 늦깎이 학생으로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는 자리였다.

평소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따르려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공부하는 과정이 항상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고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젊은 학생들의 고충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졸업식은 학부생도 함께 참석해 치러졌는데 30년도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행정학과 후배들이었다. 졸업생 모두에게 간단한 소감을 말하도록 했었는데, 스승과 부모에 대한 감사 말씀이 대부분이었던 것과는 달리 한 졸업생의 말이 신선했다. 자신은 비록 부모님의 기대와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도전해 보겠노라는 다짐을 밝힌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꿈이 있고 이상이 있다. 그런데 현실이 그 이상을 추구하기에 항상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바람과 현실 간에 차이가 있을 때 여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불굴의 투지로 달라붙어 기어코 자신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를 수정해 다른 꿈을 추구하는 것이다. 첫 번째가 물론 감동적인 방법이겠지만 두 번째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아마도 그 젊은이는 두 번째의 길을 택했던 듯하다.

필자와 함께 수학한 동기들만 보더라도 인생행로는 여러 가지였다. 당시엔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었고 실제로 사업가, 기자, 국제특허 전문가, 교수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기들도 많다.

요는 생각을 더 폭넓게 유연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시험성적순으로 모조리 법대에 가고 의대에 가는 식의 획일화된 구조로는 다양성도 균형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기초 과학기술을 다루는 이공계가 외면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인생을 남의 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것을 선택해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날 졸업축사에는 미국 대통령의 상당수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힘든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었다면서 역경에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당부말씀이 있었다. 그만큼 역경은 사람을 단련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자극제이기도 한 것이다. 요즘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온실 속의 화초는 비바람에 약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도전하고 역경을 이겨내는 사람이 보다 강인해지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 졸업생의 다짐은 매우 희망적으로 비쳐졌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름의 진로를 모색해 나가는, 도전의식과 용기를 갖춘 젊은이였다. 그렇다고 꿈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어디든지 있다는 것이고 고착화된 시각에 마냥 갇혀 있지 말자는 뜻이다. 패기 넘치고 발랄한 젊음들이 각자 다양한 꿈을 추구하는 것을 보고 싶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활력 있고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김대희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