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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2018년 위기의 시그널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6:41

수정 2016.03.03 16:41

[차장칼럼] 2018년 위기의 시그널

불과 1년 전이다. 증권사가 몰린 서울 여의도에 돈이 넘쳐 날 때다. 매미(펀드매니저 출신 개미투자자)와 애미(애널리스트 출신 개미투자자)의 사무실이 밀집한 여의도역 인근 S트레뉴 빌딩 내에서 거래되는 전체 매매금액이 웬만한 중소형 증권사와 견줄 만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수억원을 넘어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속출했고, 매미와 애미 대열에 합류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자신감으로 철철 넘쳤던 그들의 얼굴이 아직 생생하다.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한겨울인데 주식시장만 끓어오르다니…. 그때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증권사 보고서가 하나 등장했다.
삼성증권 이남룡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유동성 파티타임, Now 11 PM'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로 돈의 힘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는 구간"이라며 "우리는 이를 '유동성 장세'라고 정의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파티 시간은 밤 12시까지이며 지금 현재시간은 '11 PM'임을 명심하고 남은 한 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유동성 파티를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뒤 딱 4개월이 지난 8월 중순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무너지며 본격적인 약세장에 돌입했다. 예상보다 유동성 파티를 즐길 시간이 길지 않았던 셈이다.

시야를 넓혀 우리 경제를 보면 유동성 파티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경고등은 계속 켜지고 있다. 여러 가지 위기 시그널이 등장하고 있지만 대내적 관점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인구 통계학적 관점에서 본 위기론이다.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해 4월 본지 칼럼을 통해 "2015년은 여자인구가 남자인구를 추월하는 해다. 2016년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해다. 2017년은 고령사회가 시작되는 해다. 2018년은 45~49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해다"라고 밝혔다. 2018년 위기론의 핵심 근거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를 인구 통계학 관점에서 설명한 것이다. 변 전 장관은 "통계는 '예측'의 영역이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예언'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이 석유화학.방산, 화학 부문을 매각, 전자.금융 부문에 집중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도 위기를 준비하는 행보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실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외환위기가 터지기 1년6개월 전인 1996년 4월 장차 올지도 모를 불황에 대비해 견실한 경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인원감축과 사업정리를 부분적으로 시행했다.

이처럼 눈을 조금만 돌려봐도 위기의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2018'이라는 숫자만 봐도 긴장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치권은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올인한 상태다. 재계도 3.4세 승계작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무게중심이 사라지고 있다.
국민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를 맞은 것인가. 한숨 소리가 커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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