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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삼성맨들, 스타트업 새역사 쓴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3 17:36

수정 2016.03.03 17:36

대기업 간판 버리고 창업 .. 기발한 기술 내세워 업계 '주인공' 되다
'한국판 엑스구글러' 주목.. 손가락끝 귀에 대고 통화
신발 밑창에 운동센서 등 기술력으로 글로벌 공략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인 삼성SDS에 근무하면서 1997년 사내벤처로 NHN의 전신 '네이버컴'을 만들었다. 이 의장과 삼성SDS 입사 동기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세우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벤처 1세대'로 성공한 이들은 현재 국내 인터넷·모바일 산업을 이끄는 거물로 꼽힌다.

왕년의 삼성맨들, 스타트업 새역사 쓴다

왕년의 삼성맨들, 스타트업 새역사 쓴다

'한국판 엑스구글러(ex-Googler·구글 출신 창업자)'들이 국내 '테크 스타트업(기술 기반 창업초기기업)' 생태계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출신들이 창업전선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것. 특히 최근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창업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대기업 간판 대신 창업을 택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간판 대신 창업 택하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을 택하고 있다.
실제 중기청이 운영 중인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총 133개 창업팀 중 글로벌 대기업 출신은 31%에 이른다. 전체 창업자 416명 중 삼성 출신이 5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LG와 네이버, SK 출신이 각각 23명, 21명, 10명순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민간창업지원기관 디캠프(d.camp)에 새로 입주한 '이놈들연구소'의 최현철 대표도 삼성전자 DMC연구소 선임 출신이다.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C-랩(Lab)'을 통해 발탁됐다. 이들은 손가락 끝을 귀에 대고 통화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팁톡'을 개발,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시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여한 솔티드벤처 조형진 대표도 삼성맨이었다. 조 대표는 신발 밑창에 부착된 압력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운동자세 데이터를 수집,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코칭을 해주는 스마트신발 '아이오핏'을 들고 해외무대를 공략하고 있다.

LG전자 특허센터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조은형 이노프레소 대표는 키보드 자판이 마우스패드 역할을 하는 휴대용 키보드 '모키'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gogo)'에서 약 1700대 선주문을 받으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잘못된 자세와 걸음걸이를 교정해주는 웨어러블(착용형) 밴드 '아키'를 만든 스타트업 직토의 창립멤버도 LG전자, SK텔레콤, 신한금융투자 출신이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이끄는 '페이팔 마피아'나 '엑스 구글러' 등과 닮은꼴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문화에서는 임원까지 오를 확률이 낮고, 임직원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용화해주는 사례도 드물기 때문에 직접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IT전문가 VC로 대거 투입돼야

또 이들이 테크 스타트업을 이끌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높이고 있다는 데 업계 기대감이 높다. 모바일 서비스 기반의 스타트업에 비해 테크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은 물론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테크 스타트업 컴퍼니 빌더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대기업 인재들의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업체 분야에도 IT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도가 높은 최고기술책임자(CTO) 수준의 인물이 대거 포진해 슈퍼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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