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국가경쟁력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7 16:51

수정 2016.03.07 16:51

[특별기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국가경쟁력

108주년을 맞는 '3·8 세계여성의 날'에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성취를 축하하고 양성평등 제고를 위해 미진한 부분을 점검하고 목표를 제시하는 여러 이벤트가 이어진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라는 경제·사회적 맞바람에 직면한 우리에게는 개인의 자아실현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양성평등이라는 기본적인 가치의 '경제 가치화'에 서투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능력을 발휘하기 매우 힘든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기준 일본(66%),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3%)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57%) 등 국내외 여러 통계와 연구결과가 이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현재 수준대로라면 전 세계 성별임금격차는 향후 118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주요국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상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민간부문 고용의 40%를 차지하는 직원 100인 이상 기업들에 성별, 인종 등에 따른 임금지불 현황을 공개토록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올해부터 직원 250인 이상 상장기업들의 성별 임금 및 보너스 격차의 공개를 의무화했다. 우리도 이처럼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의식적, 구체적 참여도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작년에 발표된 영국의 데이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는 영국 100대 상장기업 중 21개 기업의 이사회가 남성만으로 구성됐던 반면 2015년에는 여성이 없는 기업의 이사회는 없었고 당초 목표인 이사회 내 여성 비율 25%를 초과 달성했다. 특히 몇몇 선도기업이 솔선수범하자 다른 기업들의 참여도 늘었다고 한다. 보다폰, 푸르덴셜, 글레코어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 투자자들은 양성평등 제고를 강력히 요구했고 이를 실천하지 않은 회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는 구체적 목표 제시와 함께 여성이사 비율 제고가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3년 기준 여성이 전 세계 가계소비의 64%, 그리고 30조달러에 달하는 소비지출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도 이에 걸맞은 전략과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 고객의 성별 비율이 기업 임직원의 성별 비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객의 거의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이 여성인 UBS, 이베이, 바클레이스, 시스코, 매리엇호텔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제고와 유리천장을 뚫는 데에는 쿼터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언론의 관심도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성차별이 심하고 여성이 출세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라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우리나라, 기업, 그리고 한국인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양성평등을 통해 여성의 자아실현은 물론 국가적 경제 가치를 만들어낼 구체적 행동이 절실하다.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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