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제약산업 육성, 현장 신뢰가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7 17:15

수정 2016.03.07 17:15

[기자수첩] 제약산업 육성, 현장 신뢰가 먼저

정부가 연초부터 바이오헬스산업(제약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들의 연초 업무보고는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빼놓고는 말이 안될 정도였다. 유관기관들은 나아가 현장의 소리를 듣겠다며 민관산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었고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도 꾸렸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8조원에 달하는 한미약품의 신약기술 수출 '잭팟'에 힘입은 바 크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고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위기상황에 바이오제약산업은 탈출구로 여겨지며 관련부처의 산업육성정책에 잔뜩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렇게 나서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멍석에서 춤을 춰야 할 산업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 제약회사 임원은 "정부가 산업육성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지원하겠다는 데 과연…"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업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시계추를 이전 정부 말기인 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제약산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자 정부는 제약사업 육성 7개년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제약협회를 찾아 제약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산 50억원을 혁신형 제약기업 40여곳에 나눠준 것이 전부였다. 신약 하나 개발하려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필요한데 정작 업체당 지원금은 1억원 정도였으니 제약업계는 허탈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그해 4월 대규모 약가일괄인하로 엇박자 정책을 내놨다. 당연히 제약업계는 망연자실했다.

또 다른 제약사의 한 임원은 "정부의 생색내기식 지원이 없어도 좋으니 제약을 산업차원에서 접근해 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특히 약가규제만이라도 걷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과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중견제약사 임원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포함되지 않으면 연구개발(R&D)을 안하는 제약사로 여겨질까 두려워 충족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협의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맞춤형 산업 육성 정책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기 이전에 현장의 신뢰를 얻는 게 먼저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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